나귀 한 마리가 발을 헛디뎌 말라 버린 우물 속으로 떨어져 애처롭게 울부짖었다. 그 울음소리를 듣고 달려온 주인은 나귀를 우물에서 꺼낼 방법을 생각했으나, 아무리 생각해도 뾰족한 수가 없었다.

"그래 늙어서 살 날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 차라리 편안하게 보내주는 것이 낫겠다. 불쌍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

어차피 말라 버린 우물이니 흙으로 매워도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주인은 곧 사람들을 불러 삽으로 우물에 흙을 퍼넣기 시작했는데, 우물 속으로 뿌려진 흙은 나귀의 몸에 떨어졌다.

나귀는 놀라서 더 크게 울부짖었다.

한 삽 한 삽 흙이 뿌려지면서 나귀는 떨어지는 흙을 피해 고개를 저었고, 울부짖는 소리는 더욱더 커졌다.

그런데 얼마쯤 지나자 나귀의 울음 소리가 그쳤다.

사람들은 의아하게 생각하며 우물 속을 들여다보자 나귀는 몸을 흔들어 등에 묻은 흙을 바닥에 떨어뜨린 후 발굽으로 굴러  바닥을 단단하게 다지고 있었다.

이런 동작이 반복되면서 우물 바닥은 점점 높아지고, 나귀도 조금씩  위로 올라왔다.

"그놈 참 꾀가 많네."

사람들은 나귀의 지혜에 감탄하며 우물 속으로 계속 흙을 뿌려주자, 마침내 나귀는 뛰어올라 우물에서 빠져나왔다.

우리는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곳곳에서 쏟아지는 우려와 경고, 특정 정책을 두고 대통령의 반복된 사과, 마스크로 상징되는 자기보호 본능은 전염병 예방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문제는 과도한 공포 탓에 마스크에만 집착하기보다 손 씻기와 사회적 거리두기를  철저히  하는 개인위생 관리가 더 요구된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을 시민들이 무게감 있게 받아들였다면 마스크 대란은 소란에 그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

이 문제를 갖고 계속 왈가왈부하는 것이 방역에 별 도움이 안 된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다.

당나귀의 우물 탈출처럼, 글로벌 경제와 한국 경제에 빨간불이 켜진 만큼 정부는 마스크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명확한 방향을 잡고 코로나19가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안전망을 튼튼하게 만들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음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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