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지난겨울부터 지금까지 코로나19로 인해 힘겨운 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무척이나 불편합니다. 확진자들이나 그렇지 않은 사람들 모두 걱정과 두려움 속에서 움츠리고 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구로 자원해 달려간 의료진과 봉사자들, 고사리 같은 손으로 ‘힘내세요’를 쓴 어린 학생들, 크든 작든 성금을 기꺼이 내놓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대구시민들은 ‘아직도 세상은 살 만하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을 겁니다. 반면에 마스크를 매점매석해 비싼 값에 팔려는 사람들, 가짜뉴스를 만들고 그것을 마구 퍼 나르는 사람들, 마스크 판매 사기를 치는 사람까지도 많습니다. 모두가 힘겨운 삶을 이어가고 있는 와중에 제 잇속만을 챙기려는 사람들입니다. 

 안도현 시인은 「연어」에서 연어의 입을 통해,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 즉 ‘사진 찍어주는 사람’과 ‘낚시하는 사람’이 있다고 말합니다. 

 거친 바다를 헤치고 마지막 등정길인 강 상류에 도착할 즈음에 사진작가들을 만납니다. 마치 어린아이가 엄마 앞에서 재롱을 피우듯 연어들은 귀여운 자태를 뽐내며 자세를 취합니다. 연어들이 만들어내는 경이로움을 영원히 남기려는 듯 사진사는 마냥 셔터를 눌러댑니다. 이렇게 해서 사진사는 아름다운 작품을 얻는 기쁨을 느끼고, 연어는 자신이 얼마나 아름다운 존재인지를 확인하며 세상은 살 만하다고 느낄 겁니다.

 먹지 않으면 죽을 수밖에 없는 숙명을 안고 사는 게 사람입니다. 그래서 먹기 위해 낚시를 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습니다. 잡힌 물고기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을 느끼면서 말입니다. 그러나 취미로 낚시를 하는 것은 ‘나’만의 쾌락을 위한 행위일 수 있습니다. ‘나’의 기쁨을 충족시키기 위해 ‘너’의 생명을 빼앗는 것이니까요. 

 사랑은 ‘나’와 ‘너’가 서로에게 유익한 존재로 남아 있는 것으로 완성됩니다. 이것이 사랑의 본질입니다. ‘나’를 통해 ‘너’가 용기를 얻고, ‘너’를 통해 ‘내’가 희망을 얻는 관계에서 행복이 얼굴을 드러냅니다.

 방송작가 송정림 선생이 쓴 「참 좋은 당신을 만났습니다」라는 책에 사업에 실패한 한 남자의 일화가 나옵니다. 사업 실패로 가진 모든 돈을 잃고 이혼까지 당한 사람이 시골에 집을 계약했습니다. 보증금도 없는 월세 20만 원짜리 집이었으니 얼마나 낡고 허름했을까요. ‘과연 여기서 살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눈물이 마냥 흘러내렸습니다. 농부인 집주인은 그의 얼굴을 보고 집이 너무 누추해서 미안하다고 말했습니다. 며칠 후, 짐 몇 개만을 들고서 그 집에 들어갔습니다. 들어가자마자 깜짝 놀랐습니다. 계약할 때는 허름하기만 했던 방이 완전히 달라져 있는 게 아닌가요. 도배가 돼 있고, 청소까지 해놓아 마치 새집처럼 깨끗했습니다. 더욱이 작은 탁자까지 갖다 놓고 그 위에 예쁜 들꽃이 꽂힌 화병이 놓여 있었습니다. 탁자 위에는 한 장의 메모지가 있었습니다. 집주인이 남겨둔 이 메모지에는 "이 집에서 좋은 일이 있기를 바랍니다"라는 글씨가 적혀 있었습니다.

 메모를 본 그는 벅차오르는 감동을 누르기 힘들었을 겁니다. 기운을 낼 수 있었을 겁니다. 이것이 사랑의 완성입니다. 나를 통해 당신이 힘을 얻고, 당신을 통해 내가 힘을 얻으니까요.

 우리는 ‘삶’이라는 선물을 손에 쥐고 태어납니다. 그러나 행복하게 살 것인가, 불행하게 살 것인가, 하는 것은 순전히 우리의 의지와 선택에 달렸습니다. 삶에서 사랑이 더해지면 행복해지고, 사랑이 사라지면 불행해지는 게 삶입니다. 그러므로 행복과 불행은 ‘사랑’이 결정하는 것이지요. 누구나 진실한 사랑을 받고 있다고 느낄 때는 힘이 납니다. 그런 사랑을 주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됩니다. 그래서 한 줄기 빛도 들지 않는 어둠 속에서도 반드시 살아 나가겠다는 희망을 얻곤 합니다.

 삶은 곧 ‘선택’입니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행복과 불행이 결정됩니다. 사진사처럼 연어의 기를 ‘살리는’ 삶을 살겠다고 선택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힘겹게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 분들이 희망의 끈을 놓지 않도록 ‘응원’과 ‘격려’가 이어지는 세상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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