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지사가 12일 ‘재난기본소득(재난소득)’을 도입하자고 재차 주장했다. 이 지사는 "전 국민에게 100만 원씩 지급하는 일시적 재난소득이 가장 효율적인 비상대책"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도 비슷한 취지의 법안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3일에는 전주시의회가 취약계층 5만여 명에 1인당 52만7천 원을 지급하는 재난소득 추경안을 통과시켰다. 총선이 코앞에 다가온 시점에, 경제전문가도 아닌 정치인들이 하는 언행이라 언뜻 신뢰가 가진 않는다. 

 물론 지금처럼 국가 경제가 뿌리째 흔들리는 상황에선, 쓸 수 있는 모든 경기부양책을 테이블에 올려놔야 한다. 재난소득도 대안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일정기간 내 소비를 전제로 지원하는 방식이면 단기적으로 내수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렇게 돈을 풀었을 때 얼마나 경기부양이 가능한지 계산은 해봤으며, 같은 돈으로 더 효과적인 방법은 없는지 고민은 해봤는가’라는 점이다. 그런 고민 없이 포퓰리즘에 가까운 정책을 툭툭 던져대니 ‘위기극복에 대한 진정성’보다는 ‘코로나19로 악화된 민심을 돈으로 되돌려보겠다는 꼼수’가 아닌지 의심하게 되는 것이다.

 지금처럼 소비가 급격히 얼어붙으면 물가는 큰 폭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경기 하강과 맞물려 디플레이션 국면에 접어들게 될 것이고, 이럴 경우 재난소득 효과는 엄동설한 속 촛불처럼 그 온기가 순식간에 사라질 수 밖에 없다. 포퓰리즘 중독으로 내성이 커진 것도 문제다. 지난 수년간 정부는 세금과 빚을 늘려가며 재정 확대를 펴왔다. 하지만 총수요가 늘지 않는 구축효과와 재정건전성이 악화되는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 

 이런 상황에선 차라리 민간시장에 돈이 돌도록 놔두는 편이 훨씬 효과적이다. 감세정책이 대표적인 예다. 감세는 단순히 소비와 투자, 고용을 늘리는 효과만 있는 게 아니다. 감세로 투자 여력이 발생하면 그만큼 소득이 증가해 소비와 수요가 늘고, 이는 다시 새로운 투자로 이어져 결국 몇 배의 소득이 창출되는 ‘투자승수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순식간에 사라질 수 있는 일회성 소비지원’과 ‘연쇄적 파급효과를 일으킬 수 있는 정공법’ 중 어떤 것이 비용 대비 효과가 큰 지 따져봤으면 한다. 많이 걷어 많이 쓰는 게 능사가 아니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