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조가 허도에 자리 잡고 사태를 안정시키자 주위의 칭송이 드높아졌다. 그때 원소 진영에서 입조해 왔던 동소라는 인물이 조조를 극구 찬양하면서 위공(魏公)에 봉하고 구석(九錫)을 하사해 공덕을 치하해야 한다고 상소를 올렸다. 

조조의 위세와 그간의 공로를 보아서 당연한 주장이었고 여타 문무 대신들 사이에서 반대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그런데 조조의 오른팔이자 허도 정권의 2인자나 다름없는 순욱이 반대 의견을 내놓았다. "천하가 어지러울 때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위로는 천자로부터 아래로 일반 백성까지 즐풍목우하지 않은 이가 어디 있겠는가? 조 장군의 공로는 가히 국가를 구한 것이지만 구석의 예는 당치 않다. 오히려 조 장군에게 오명을 씌울 위험이 많을 뿐이다." 

순욱의 반대에는 이유가 있었다. 위공에 봉한다는 것은 위공국이 생겨나는 것이고 구석의 예란 왕이나 다름없는 특혜이므로 자칫 조조 주변에서 한(漢)을 없애고 위(魏)로 대체하려는 세력에게 날개를 달아줄 위험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권세가 드높아지면 과거의 고통은 미화되기 십상이다. 정치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번 4·15총선이 끝나면 여야 모두에서 ‘즐풍목우했다’는 인물이 부지기수로 나타날 것이 분명하다. 

<삼국지리더십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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