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세계적인 유행병’으로 지정됐지만, 그 실체와 특성에 대해선 밝혀진 게 많지 않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사람과 동물이 감염될 수 있는 RNA바이러스다. 그 중에서 중증 폐렴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유형이 사스와 메르스인데, 이번에 코로나19가 추가됐다. 열과 기침이 나고, 고령의 기저질환자에 치명적이며, 항바이러스 요법이 증명되지 않아 대증요법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는 뿔같이 생긴 ‘스파이크 단백질’이 바이러스와 세포막이 결합하는 데 유리한 구조라 감염 확산이 더 컸을 수 있다고 한다. 현재까지(21일 기준) 147개 국가에서 확진환자 23만4천73명과 사망자 9천840명이 발생, 사스와 메르스를 합친 것(환자 9천640명, 사망자 1천303명)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이렇듯 미지의 영역은 여전히 많은데, 피해 규모는 급속도로 늘어나는 점이 전 세계를 더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 

반면 절실함이 변화와 성공을 이끌어 내듯 ‘빠른 해결책을 내놓기 위한 다양하고 유연한 접근’도 눈에 띈다. 19일 트럼프 미 대통령은 코로나19 대응을 "의료 전쟁"이라고 표현하며, 말라리아 치료제 ‘클로로퀸’을 치료 용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길리어드 사의 에볼라 치료제 ‘렘데시비르’도 유사한 절차를 밟고 있다. 길리어드는 이미 임상시험을 시작했으며, 6월 내 치료제를 출시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애브비 사도 에이즈 치료제 ‘칼레트라’의 코로나19 치료제 가능성을 유럽 보건당국 및 미국 FDA 등과 모색하고 있다. 

우리도 움직이고 있다. 셀트리온이 다음 달까지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항체를 찾아 선별 작업을 완료하고, 5월부터 임상용 항체를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0일에는 국립보건연구원이 코로나19 항체 탐지용 단백질인 ‘프로브’ 제작에 성공했다. 치료 효능을 평가하는 데 필수적인 기술이다. 다행히도 한국은 세계에서 임상시험이 여섯 번째로 많이 이뤄지는 나라인데, 이번에는 선두에서 코로나19 칼바람을 맞으며 다양한 노하우까지 축적하게 됐다. 이러한 양질의 기술과 데이터를 활용, 치료제를 조기에 개발한다면 새로운 기회가 찾아올 수도 있다. 단 시간과의 싸움에서 이길 ‘유연성·혁신성이 정치권과 정부, 기업에서 얼마나 발현되는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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