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는 마침내 제갈량이라는 책사를 얻자 ‘이는 물고기가 물을 만난 것(魚之得水)’이라며 크게 기뻐하고 매사를 의논하며 깍듯이 모셨다. 관우와 장비는 달랐다. 스물일곱의 젊은 재사를 영입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매사를 그에게 의존한다는 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던 것이다. 그때 하후돈이 이끄는 10만 대군이 남침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다급해진 유비가 형제들에게 대책을 묻자 그들은 "물이 있잖아요. 물로 막으세요" 하고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유비가 둘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휘장 안에서 전략을 세워 천 리 밖 싸움터에서 승리를 결정짓는다는 말도 들어보지 못했느냐. 계책은 공명이 세우고 너희는 군사를 이끌고 나아가 싸워 이겨야 하지 않겠느냐?"

마침내 박망파 계곡에서 제갈량의 계책에 걸린 하후돈의 10만 병력은 풍비박산됐고, 관우와 장비는 예전과 달리 제갈량의 비범함에 고개를 숙였다. 작전의 기본은 상대의 실력, 싸울 곳의 환경, 적절한 대응책이 모두 감안돼야 빛을 발할 수 있다. 4·15 총선에 나서는 기득권 거대 양당에는 작전이라기보다 오로지 꼼수만 번뜩인다. 정치 혐오가 가중되는 건 아닌지 실로 민주주의의 위기다. 

<삼국지리더십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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