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세계와 세상을 덮쳐 집어 삼킬 기세다. 누구도 이 바이러스 종식을 예단하지 못한다. 

산업혁명 이후 멈추지 않았던 학교와 공장이 이 바이러스 때문에 멈춰 섰고, 우상향 그래프를 줄곧 그리던 상업과 교역, 금융시장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꽃 피는 봄이 오면 한창이던 체육대회와 소풍, 가족 나들이는 줄줄이 취소됐고, 지구촌 축제인 도쿄 올림픽마저도 1년이나 연기됐다.

아이들과 청소년들은 두 차례 연장된 개학 일정 때문에 학교도 학원도 가지 못한 채 지리한 ‘집콕’, ‘방콕’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국가가 주문하고 있는 이 같은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기 위해 절대 다수의 시민들은 원거리 이동도, 주말 목욕탕 방문도, 일과 후 호프집 회식도, 가족간 고깃집·중국집 외식도 삼가며 절제된 삶을 영위하고 있다.

그런데 이 와중에 예정대로 진행되는 ‘대규모 인파 운집형 지역별 행사’가 있으니 이제 열흘도 안 남은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바로 그것이다.

나라가, 기업이, 가정이 유례 없는 역병으로 신음하고 곳곳에서 도산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중소기업인, 직장 잃은 서민들이 넘쳐 나는데 정치적 실리는 챙기겠다는 정치권의 입장에 대다수 시민들은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하지만 똑같은 조건에 있는 모든 지역별 행사는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코로나19는 천재지변 등 부득이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아 총선 연기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일부 정치권의 판단은 국가적 재난위기에 처한 시민들을 우롱하는 격이다.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오는 19일까지 연장된 상황에서 시민들은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투표날은 어떻게 행동해야 할 지, 가늠하기가 어렵게 됐다. 여기에 전문가들은 코로나19에 온 신경을 쓰고 있는 시민들에게 41개 정당이 등록한 이번 선거는 정책 대결은 고사하고 후보자 정보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치르게 될 ‘역대급 깜깜이’ 선거가 될 공산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국민의 안전은 안중에도 없다’는 말이 세월호 사건 이후 총선 국면에서 다시 회자되고 있는 이유다. 정치와 정치인의 존재 이유를 정치권이 생각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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