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5일 총선 투표일을 앞두고 오늘부터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된다. 6일 동안 여론조사 결과를 알 수 없는 속칭 ‘깜깜이’ 선거 기간이다. 공직선거법상 여론조사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사전에 등록한 조사만 공개할 수 있고,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에는 공개를 목적으로 한 조사를 일절 할 수 없다.  투표 1주일 전부터는  어느 후보가 지지를 더 많이 받고 있는지 계량화할 수 있는 자료가 유권자에게 공개되지 못하는 것이다. 유권자들로서는 여론의 동향을 파악하기 어려우니 답답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더욱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제한적인 선거운동과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으로 다양한 의견들을 접하기 어렵다 보니 이번 선거는 역대 최악의 깜깜이 선거가 될 듯하다.  

여론조사 공표를 금지하는 이유는 사표방지와 표심 왜곡 방지를 위해서다. 공직선거법 제108조 1항에 따르면, "누구든지 선거일 전 6일부터 선거일 투표마감 시각까지 선거에 관해 정당 지지도나 당선인을 예상하게 하는 여론조사의 경위와 그 결과를 공표하거나 인용해 보도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설사 여론조사가 공정하고 정확하게 이뤄졌다 하더라도 그 결과가 공표되면 유권자의 표심에 영향을 미쳐 민의를 왜곡하고 선거의 공정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불공정하거나 부정확한 여론조사 결과가 공표될 경우엔 부동표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면 선거 공정성을 결정적으로 해칠 가능성이 높다. 유권자가 자신의 표를 사표가 되지 않게 대세에 편승하려 하거나, 열세한 후보에게 동정심으로 투표한다면 이는 결국 민의의 왜곡 현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공정 선거를 위해 깜깜이 기간을 두는 것이라고 하지만, 일각에서는 선거 관련 규제가 과도하다며, 이 기간을 없애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이나 영국, 독일 등 대부분 국가는 발표 기간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가짜 정보로 국민을 우롱하는 세력이 많은 터에 아예 제한을 두지 않는 게 맞다는 주장이다. 사실 요즘의 유권자 의식이 성숙해 여론조사를 계속 발표한다고 해서 그 결과에 따라 쉽게 휘둘린다고 보기는 어렵다. 당장 이번 선거는 깜깜이 선거를 할 수밖에 없겠지만 차후 관련법 개정을 위한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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