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석 도시계획학박사
김선석 도시계획학박사

일상생활을 하면서 알아두면 유익한 법률상식들이 있습니다. 이 가운데 우리가 살고 있는 주택 임대차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임차인 다시 말해 세입자로 거주하고 있습니다. 특히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이 먼 지역으로 발령이 날 때는 1~2년간 발령지에서 생활하기 위해 보증금을 내고 월세로 생활하게 됩니다. 이때 임대차계약과 차임 등에 대한 법률상식을 잘 알지 못해 이사를 가야하거나 보증금을 잃는 수도 있어 다음 두 가지 사례를 알아두면 좋습니다.

첫 번째 사례입니다. 갑(甲)은 소유자인 을(乙)의 주택에 1년만 월세로 살기로 보증금을 주고 임대차계약을 했습니다. 이사하는 날 이삿짐을 풀고 주택소재지 주민센터에 가서 전입신고를 하면서 임대차 계약서에 확정일자까지 받았습니다. 이사 온 주택은 전철역이 가깝고 주변에 백화점과 공원 등 편익시설이 많아 생활하는데 매우 좋은 여건이었습니다. 

그런데 거주한 지 6개월쯤 됐을 때 을(乙)이 병(丙)에게 집을 팔았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새로 집주인이 된 병(丙)으로부터 어느 날 전화 연락이 왔습니다. "사정이 있어 집을 비워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때 갑(甲)은 "계약기간 동안 계속 살려고 합니다"라고 주장할 수 있을까요? 답은 ‘이사 가지 않아도 된다’ 입니다. 그리고 1년이 아닌 2년까지도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비록 계약서에 1년을 계약했다 하더라도 관련법(주택임대차보호법 제4조)에 의하면 "2년 미만으로 정한 임대차는 그 기간을 2년으로 본다"라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법은 지난 1981년에 임차인의 주거생활 안정을 보장하기 위해 특별법으로 제정됐습니다. 

또한 갑(甲)은 거주하면서 묵시적으로 계약이 갱신된 경우, 임대인에게 언제든지 이사를 가겠다고 통지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기억해야 할 주의사항이 있습니다. 을(乙)이 월세(차임)를 연체했을 때는 입장이 달라집니다. 동법 제6조에 의하면 차임(월세)을 두 번 연체했을 때는 갑(甲)을 도와주지 않게 돼 있습니다. 이때는 임대인이 집을 비우라고 하면 어쩔 수 없이 이사를 가야 합니다. 따라서 임차인은 연체를 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임대차 계약기간 종료 후 이사를 하려고 하는데 병(丙)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지연할 때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방법이 있습니다. 가족의 주민등록을 그대로 둔 채 임차인만 주민등록을 다른 곳으로 옮긴다든지, 아니면 법원에 임차권등기명령(동법 제3조의3)을 신청하고 이사를 가면 보증금을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이때 보증금을 먼저 받고 난 후에 임차권등기말소를 한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보증금과 등기말소는 동시이행 관계가 아닌 점도 기억할 만합니다.

그런데 다음 사례는 다릅니다. A씨가 임차하려는 주택이 신축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매우 깨끗하였습니다. 주택의 등기부에는 주택시세 대비 70퍼센트의 은행 저당권이 설정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A씨는 새집이라 마음에 들었고 집값도 오르는 분위기라 보증금 반환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여 임대인 B씨와 2년간의 임대차 계약을 했습니다. 이사를 하는 날 피곤했지만 주민센터에 가서 주민등록과 확정일자까지 마쳤습니다. 그런데 B씨가 운영하는 사업이 경기 불황으로 은행자금을 갚지 못하자 경매로 넘어가 C씨가 낙찰을 받았습니다. 과연 A씨는 이 집에서 계속 살겠다고 대항할 수 있을까요? 답은 ‘계속 살 수 없다.’입니다. 아울러 경매로 넘어가면 집값이 계약 당시 시세에 훨씬 못 미칠 수도 있습니다. 낙찰금액이 높아 은행의 채권을 갚고도 보증금을 받을 수 있다면 다행인데, 부족할 때는 보증금을 모두 받지 못하고 이사를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일에 대비하여 보증보험 가입 등의 방법도 있으나, 임차인은 계약 전에 은행 등으로부터 과다한 저당권이 설정된 주택에 들어가는 일은 가급적 피해야 할 것입니다. 

요즘처럼 코로나19와 같이 예상치 못한 경제 위기가 엄습할 때는 주택 가격이 하락할 수 있습니다. 위와 같은 임대차 상식을 기억하고 미리 대처하는 것이 자신의 소중한 재산을 지키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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