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성은 위대하다. 더 이상 어떤 설명도 필요없다. 어머니는 직감도 뛰어나다. 위험을 감지한 여성이 믿을 수 없는 힘과 스피드로 자녀를 구했다는 소식은 해외 토픽에서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어머니의 오감은 자녀를 향해 항시 열려 있어 사소한 말투, 무의식적인 행동 하나만으로도 기분이나 건강 변화를 한 발 앞서 발견하곤 한다. 영화 ‘엔젤 오브 마인’은 모성의 힘과 직감을 독특하게 그려 낸 작품이다.

갓 태어난 신생아를 병원 화재 사고로 잃은 리지. 7년 전 일이지만 그녀는 딸의 부재를 인정할 수 없었다. 곁에 있어야 할 자식이 없다는 사실에 리지는 늘 우울했고, 자주 예민해졌으며, 화가 나 있었다. 한 번 생각에 빠지면 다른 일은 까맣게 잊어버려 평범한 일상을 살아갈 수도 없었다. 그런 그녀를 가족 모두 걱정했지만 리지는 자신을 미친 사람 취급한다며 화를 냈다. 그렇게 뻥 뚫린 가슴으로 살아가던 중 이웃집 소녀 룰라가 눈에 들어온다. 자신의 어린 시절과 꼭 닮은 아이. 명확한 이유도, 근거도 없지만 육감적으로 룰라를 딸이라 확신한 리지는 아이 곁을 집요하게 맴돈다. 

그렇게 리지의 집착이 더해질수록 룰라의 어머니 클레어의 공포도 커진다. 평탄했던 클레어의 일상은 광기로 물든 리지의 등장에 흔들린다. 맹목적이고 비이성적인 망상에 맞서 자신의 딸을 지키려는 엄마 클레어와 타인의 아이를 자신의 딸이라고 확신하는 여성 간 팽팽한 신경전은 뜻밖의 반전을 맞이한다.

영화 ‘엔젤 오브 마인’은 2004년 CNN 뉴스에 보도된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가족과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죽은 딸을 닮은 소녀가 자신의 친딸임을 밝혀 낸 이 이야기는 소설보다 더 비현실적이고 드라마틱하다. 

이 영화는 충격적인 반전만큼이나 극 전체를 이끌어 가는 리지의 광기 어린 에너지가 강력한 자기장을 형성한다. 한 아이를 향한 불안하고도 섬뜩한 집착과 딸을 잃은 상실감에 괴로워하는 어머니의 내적 고통은 배우의 섬세한 연기로 강렬하게 폭발한다.

리지의 반대편에 서 있는 클레어 역시 강한 모성애를 발산한다. 화재 현장에서 자신의 딸을 잃고 홀로 남겨진 아이를 데려온 클레어는 룰라를 누구보다 사랑으로 키웠다. 리지의 모성 직감이 발동하기 전까지 단 한 번도 룰라를 남의 자식이라 생각해 본 적 없는 클레어도 진심을 다해 딸을 지키려 한다. 

생명을 잉태한 어머니와 자신의 젖을 물려 아이를 키운 어머니. 두 여성 모두 직감적으로 딸의 생사와 주변의 변화를 빠르게 인식한다. 영화 ‘엔젤 오브 마인’은 무서울 정도로 놀라운 어머니의 직감을 공포 코드로 그려내 자식을 향한 모정을 더욱 간절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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