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일화 인천문인협회 회원
최일화 인천문인협회 회원

코로나 바이러스가 꺾일 줄 모르고 온 세상을 점령할 듯하다. 지난 주말 무엇을 할까 궁리를 했다. 배다리 한 책방에서 예정돼 있던 유명 시인 초청 강연회에 가려고 했는데 연락을 해보니 취소되었단다. 남동구청 관내 구립도서관은 모두 잠정 휴관한다는 소식이다. 혹시 시립도서관은 어떨까 홈페이지를 방문하니 대문에 휴관을 알리는 공지가 떠 있었다. 다시 인천 CGV 홈페이지를 확인하니 다행히 예정대로 영화는 상영되고 있었다. 이제 곧 내가 속한 문인단체의 정기총회가 연기됐다는 연락도 오리라. 오늘 하루 나의 선택의 폭은 대폭 줄어들었다. 영화 관람을 하기로 하고 상영되는 영화와 상영 시간을 살펴봤다. 

 칸영화제에서 ‘기생충’과 겨뤘다는 작품 ‘불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이 호기심을 끈다. ‘기생충’은 이미 두 번 봤고 상영 작품을 살펴보다가 ‘엠마’ 한 편을 더 고른다. 3시 5분에 상영되는 ‘엠마’와 6시 5분에 상영되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을 보기로 하고 인터넷 검색으로 어떤 영화인지 대강의 내용을 살펴봤다. 재미있을 것 같다. 관람할 영화를 정하고 시간에 맞춰 집을 나서며 마스크를 준비했다. 갑자기 장갑이 생각난 건 바이러스가 접촉으로 전파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갑을 끼는 것은 예방 매뉴얼에 없는 것 같아 생략하고 집을 나선다. 두 편의 영화를 보려면 주차요금이 상당할 것 같아 버스를 타고 가기로 한다. 아파트를 나서서 한참을 걸어 버스 정류소에 도착한다. 기다렸다가 62번 버스에 올랐다. 운전석 옆에 소독제가 놓여 있다. 10여 개 정류장을 지나 내려 다시 754번 버스로 갈아탄다. 754번 버스에도 소독제가 놓여 있다. 손을 소독할까 잠시 생각하다 그만둔다. 

 버스를 타고 가며 밖을 내다보니 평소보다 행인들이 적다. 마스크를 하지 않은 행인들도 꽤 있다. 극장 앞에 도착하니 건물 출입문 앞에서 계속 손잡이 소독을 하며 한쪽 문으로만 손님들을 안내하고 있었다. 매표소로 올라가니 주말인데도 사람들이 뜸하다. 대부분 마스크를 했다. 여기저기 손 소독제가 놓여 있어 나도 꾹꾹 눌러 두 손 골고루 문지른다. 직원들이 이곳저곳 소독제로 닦고 문지르고 있었다. 이렇게 전 국민이 나서서 조심하고 철저하게 소독을 해도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걸 보니 우리가 얼마나 취약한지 새삼 걱정이 된다.

 오늘은 영화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제약받는 일상에 대해 생각을 해보려는 것이다. 초·중·고 학교는 모두 개학이 연기되고 입학식은 취소됐다. 각 종교단체의 주말 행사도 대부분 잠정 중단되고 각 지방자치단체의 봄맞이 행사도 취소한다는 소식이다. 숨 가쁘게 돌아가던 일상이 잠시 멈춰선 듯 느슨해지니 내가 아날로그 시대로 다시 회귀한 듯한 착각마저 든다. 

 버스를 타고 가며 본 거리 풍경은 한산했고 식당이나 상점은 거의 텅 비어 있다. 입학이 취소되고 한 달 두 달 개학이 미뤄지면 그 학업 손실을 어떻게 보충할 것인지, 시장마다 상인들은 모두 울상이다. 영세 상인들은 당장 월세도 내지 못한다는데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을지 오만 가지 생각이 떠오른다. 

 이 사태가 장기화하고 피해 규모가 점점 늘어나 사회 전체가 활력을 잃고 곤경에 처하는 국민이 속출하진 않을까. 여행 제한으로 다방면에 걸친 국제교류가 중단되고 수출입이 또 영향을 받지는 않을까. 

 실시간으로 전달되는 각국의 감염자 수를 확인하고 국내 각 시도의 확진자 실태를 파악하며 어서 이 사태가 종결되기를 기다린다. 대량으로 확진자가 발생한 지역의 주민들은 얼마나 불안해 하고 있을지 안타깝다. 현장에서 대책을 수립하고 방역 일선에서 예방과 치료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의료진과 관계자 여러분께 힘찬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전 국민의 합심과 협력으로 이 사태가 조기에 해결돼 활기찬 희망의 봄이 성큼 다가오기를 기다려 본다. 

▶《계간문예》 신인상 시인 등단/ 인천문학상 수상/1985년 첫 시집 『우리 사랑이 成熟하는 날까지』 외 다수.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