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시 금곡동 홍유릉을 흉물스럽게 가리고 있던 옛 목화예식장이 독립운동가 이석영 선생의 기념관과 광장으로 탈바꿈했다.

시는 지난 29일 ‘Remember 1910!! 상처…그리고 다짐’을 주제로 이석영광장 선포식을 개최했다. 우리 민족에게 쓰라린 상처인 ‘경술국치’가 일어난 해이자 이석영 선생 6형제가 국권 회복을 다짐하며 중국 만주로 망명을 떠난 ‘1910년’을 되새기자는 의미를 담았다.

선포식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조광한 시장과 이석영 선생의 종손이자 우당 이회영 선생의 손자인 이종찬 전 국정원장, 유흥근 광복회 남양주시지회장 등 최소 인원만 참석한 가운데 온라인 생중계됐다. 특히 시립합창단의 독립군가 합창, 뮤지컬 ‘이석영 바람의 노래’ 등이 울려 퍼져 가슴 뭉클한 감동을 자아냈다.

시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몸소 실천한 이석영 선생의 업적과 정신을 기리는 공간이 없는 안타까운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이 사업을 시작했다. 지난해 3월 옛 목화예식장 철거를 시작해 금곡동 434-5번지 일원 1만4천57㎡ 부지에 470억 원을 들여 이석영광장과 역사체험관, 역사·문화 향유 공간 등을 조성하고 있다. 역사체험관은 오는 8월 말, 전체 역사공원은 내년 12월께 공사를 마무리 짓고 시민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남양주 출신 독립운동가 111인의 대표 격인 이석영 선생을 현양하고 독립투쟁의 역사 및 희생정신을 기리자는 의미에서 ‘이석영광장’으로 명칭을 결정했다. 시는 지난날의 상처를 극복하고 새로운 시대를 다짐하기 위해 조성되는 이석영광장을 대외적으로 알린다는 각오다.

조광한 시장은 축사를 통해 "여기까지 오면서 우여곡절이 많았다. 예식장 건물 팔아 뒷돈 받았다는 소리까지 들었고, 아직도 잘못된 소문을 사실로 얘기하는 분들도 있다. 모욕적이고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라며 순탄치 않았던 추진 과정을 털어놨다. 이어 "그럼에도 역사적 아픔 속에 헌신하신 이석영 선생의 이름 석 자를 후손으로서 알리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컸고, 아직도 청산되지 않은 친일 잔재가 남아 있지 않은지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며 "현재 가치로 2조 원가량의 엄청난 돈을 조국 독립을 위해 바친 이석영 선생과 6형제가 감내한 치욕과 희생에 대한 발굴이 필요하며, 이는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조 시장은 "이석영광장과 기념관, 이석영뉴미디어도서관 등 사업들이 독립을 위해 헌신한 선열들의 족적을 되새길 수 있는 장이 되길 바란다"며 "이 프로젝트를 위해 고생한 모든 관계자와 시민들께 머리 숙여 감사 드린다"고 말했다. 

남양주=조한재 기자 chj@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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