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이천시 모가면의 한 물류창고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불이 5시간 만에 모두 꺼졌다. 이 화재로 38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이천시의 한 물류창고에서 불이 나 38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다치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12년 전 이천에서 사망자 40명을 낸 냉동창고 화재사고를 되풀이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0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와 이천시에 따르면 지난 29일 오후 1시 32분께 이천시 모가면의 물류창고 공사현장에서 불이 났다. <관련 기사 3면·18면>

소방당국은 대응 2단계를 발령해 펌프차 등 장비 70여 대와 소방관 등 150여 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여 화재 발생 5시간여 만에 불을 모두 껐다.

이곳 물류창고는 총 3개 동으로 이뤄져 있다. 이 중 불이 난 B동 건물은 총면적 1만여㎡, 지하 2층·지상 4층 규모다. 화재 당시 9개 업체 근로자 78명이 이 건물에서 전기, 도장, 설비, 타설 등 분야별 공정을 진행했다.

소방당국은 진화를 마친 직후부터 이날 오전까지 물류창고 건물 전체에 대해 수차례에 걸쳐 수색을 실시해 숨진 희생자 38명을 수습했다. 지상 2층에서 18명으로 가장 많이 발견됐으며, 나머지 5개 층에서 각 4명씩 수습됐다. 소방당국은 희생자들이 각 층의 특정 장소에서 발견된 점으로 미뤄 대피할 겨를도 없이 작업 도중 사망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경찰은 숨진 희생자 가운데 29명의 신원을 지문 감식을 통해 확인했다. 나머지 9명은 시신 상태로 인해 지문 확인이 불가능해 유전자 감식으로 신원을 확인할 방침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공사 관계자와 현장근로자 진술 등을 토대로 화재 당시 건물 곳곳에서 진행 중이던 우레탄 작업을 화재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번 참사로 12년 전 이천에서 많은 희생자를 낸 물류창고 화재도 다시 회자되고 있다. 가연성 소재가 많은 창고에서 화재 위험이 높은 작업을 벌이다 발생했다는 점에서 ‘판박이 사건’이라는 지적이다.

2008년 1월 이천시 호법면의 한 냉동물류창고에서 불이 나 40명이 숨지고 9명이 다쳤다. 당시 사고 역시 우레탄 발포 작업 중 시너 유증기에 불이 나면서 인명피해가 컸다.

같은 해 12월에도 이천시 마장면에 소재한 물류창고에서 용접 작업을 하던 중 튄 불꽃이 샌드위치패널로 옮겨붙으면서 8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소방 관계자는 "이번 화재는 발화 직후 폭발적 연소 및 연기 발생으로 건물 안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들이 탈출시간을 상실했기 때문에 대형 인명피해가 났다"며 "사망자들의 옷이 모두 탄 사례가 많아 연소가 폭발적으로 일어났고 엄청난 유독가스가 뿜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천=신용백 기자 syb@kihoilbo.co.kr

박종현 기자 qwg@kihoilbo.co.kr

김강우 인턴기자 kkw@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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