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도서관에 대한 관심이 각별한 것으로 유명하다. 전국 최고 수준의 사서 배치율만 봐도 알 수 있다. 도교육청은 도내 전체 초·중·고 2천383개 교 가운데 2천206개 교(92.6%)에 사서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전국 최초로 조직 개편을 단행해 시도교육청 단위에서 도서관정책과도 신설했다. 이 부서는 미래사회가 필요로 하는 창의력과 융합적 사고력 신장을 위한 독서교육 강화와 학교도서관의 유기적 연계를 도모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그로부터 1년 2개월이 지났다. 과연 도서관정책과는 무슨 일을 추진하고 있을까. 

본보는 도교육청 마을교육공동체정책과에 이어 두 번째로 도서관정책과를 소개해 본다.<편집자 주>

경기도교육청과 국회도서관의 지식정보공유 업무협약 후 도서관을 둘러보는 이재정 도교육감.
경기도교육청과 국회도서관의 지식정보공유 업무협약 후 도서관을 둘러보는 이재정 도교육감.

# 언제 어디서든 도서관에 접속한다

도교육청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재난 대비 독서활동 지원을 위한 기능 구축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에 따라 유사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를 대비해 통합전자도서관 구축, 도서 주문 메뉴, 택배시스템 등 비대면 방식의 도서 대여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이를 완수하기 위한 첫 번째 임무는 도교육청이 운영 중인 교육도서관 11곳의 통합정보시스템 구축이다. 그동안 교육도서관은 분산된 전산장비 교체, 유지·보수비, 각종 콘텐츠 구입에 따른 중복 투자 및 유지·보수의 어려움을 겪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교육청은 도서관 중심 서비스에서 회원 중심의 서비스로 패러다임 전환을 구상하고 있다. 특히 도서관 접근성 개선과 서비스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도서관 통합정보시스템을 만들려고 한다.

주요 내용은 ▶전자자원 통합시스템 구축(콘텐츠, 도서관 자료, 검색엔진, 회원 데이터베이스) ▶다양한 디지털 환경 서비스(PC, 모바일 등) ▶재난 대비 독서활동 지원을 위한 기능 구축 ▶통합전자도서관 구축 및 전자책·전자저널 확대 등 온라인 독서 콘텐츠 강화 ▶교육도서관·학교도서관을 잇는 학생 독서활동 콘텐츠 개발 및 운영 등이다.

도교육청은 도내에 흩어져 있는 교육도서관 11곳이 보유하고 있는 전자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통합시스템 구축 예산을 절감할 계획이다.

교육도서관과 학교도서관 정보 연계도 추진한다. 도내 학교도서관 2천382곳과 교육도서관 11곳의 도서정보망을 연결해 ‘통합과 공유’를 실천하는 21세기형 도서관 정보서비스를 전달할 계획이다.

이병준 도서관정책담당 사무관은 "코로나19 사태는 장기간 재난상황 및 도서관이 휴관할 때 학생과 시민들이 독서활동에 지장받지 않는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하다는 점을 새삼 알게 해 줬다"며 "통합전자도서관을 구축하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교육도서관에서 자신이 원하는 책을 빌려 읽을 수 있다"고 말했다.

# 경기교육도서관만의 미래형 공간 혁신 

한 발 더 나아가 도서관에 설치된 공간마다 부여된 기능과 역할에도 새로운 변화를 주려고 한다. 일명 ‘도서관 재구조화’다.

현재 우리나라 공공도서관은 각종 시험이나 수험서를 공부하는 열람실이 지배적 비중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교육청은 이러한 단편적인 기능에서 벗어나 체험형 도서관으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미래사회 도서관 기능과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학생과 지역공동체가 함께 역량을 키워 갈 수 있는 다양한 공간으로 도서관 구성을 재편하려고 한다. 미래형 도서관 모델에 맞는 교육도서관으로 공간을 재구조화해 도서관 공간에 혁신을 꾀할 방침이다.

무엇보다 4차 산업화 시대를 맞아 3D프린터 등 디지털 장비를 갖춘 메이커스페이스(창작활동 공간) 및 공동체 커뮤니티 공간 등 수요자 요구에 맞춘 공간을 구성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최종적으로 학생 및 지역주민 복합문화공간으로 교육도서관을 활용해 지역사회 교육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스마트 도서관 도입 등 미래사회의 주역으로 성장할 수 있는 맞춤형 서비스도 제공해 미래형 인재를 육성하겠다는 구상이다.

학교도서관도 확 달라진다. 도교육청은 학교도서관 운영 측면에서 비효율적으로 배치돼 있는 곳을 미래형 학습공간으로 바꾸려고 한다.

파주 산내초등학교는 훌륭한 모범 사례다. 2018년 9월 개교한 이 학교는 건축설계는 물론 공간 배치까지 학생과 학부모·교사들이 참여하면서 학교 건물의 중심에 복층으로 위치한 학교도서관과 결합한 독서, 놀이, 휴식, 돌봄의 커뮤니티 공간을 만들었다.

도교육청은 이처럼 학교도서관 공간을 새롭게 꾸민 뒤 전문인력 연수를 강화해 교육적 역할을 확대할 계획이다.

김미영 도서관지원담당 사무관은 "미래형 학교도서관 플랫폼 구축을 위해 공간혁신 지원단을 운영 중"이라며 "학교도서관을 유형별로 공간을 분석해 교육공동체 활용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 세 살 독서 습관이 평생 간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3월 만 19세 이상 성인 6천 명과 초등학생 4학년 이상부터 고교생 3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9 국민 독서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1년 동안 성인의 독서율은 역대 최저치인 52.1%를 기록했다. 독서율은 수험서나 잡지, 만화를 제외한 종이책을 1권 이상 읽은 사람 비율을 말한다.

종이책과 전자책 독서율을 더한 종합독서율을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대학생은 2.7%p, 30대는 2.0%p 증가했다. 하지만 50대에서 8.7%p, 60대 이상에서 15.8%p 하락했다. 나이가 들수록 책을 읽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렇게 국내에서 독서율이 낮은 이유는 복합적 요인이 얽혀 있겠지만 독서 습관이 형성돼 있지 않은 점도 크다. 바쁜 현대사회에서 독서 말고도 즐길거리가 다양해지면서 오랜 시간과 집중력이 요구되는 독서가 외면받고 있다.

도교육청은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를 깨려면 ‘학교와 가정의 책 읽는 문화 조성’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 일환으로 추진하는 게 학부모와 함께 하는 가정 독서문화 프로그램인 ‘온집독서’다.

온집독서는 도교육청 도서관정책의 철학을 엿볼 수 있다. 어렸을 때부터 가정에서 자연스럽게 부모와 같이 독서하는 습관이 곧 교육의 첫걸음이라는 믿음이다. 초·중·고 시절에는 대학에 진학하려는 목적으로, 취업 때는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 공부에 매진한다. 근데 이러한 과정을 마치면 공부와 점점 담을 쌓는 게 우리 교육의 현실이다.

도교육청은 학부모 교육 담당 부서 및 팀 간 협의를 통해 가정 독서문화 조성 및 학부모 독서 역량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학교독서교육 정책포럼을 권역별로 운영해 학교독서의 중요성을 의제화하고, 이를 공론화하는 과정을 거쳐 활성화할 수 있는 발전 방향을 강구하고 있다.

이향순 독서교육담당 장학관은 "지역과 연계해 독서교육을 확산하기 위해 독서교육 전문가집단을 양성·지원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마을과 함께 하는 교육공동체를 키우려고 한다"고 말했다. 

# 구향애 도서관정책과 과장 인터뷰

-부서가 신설된 지 1년이 넘었다.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정책은.

▶그동안 열람실 위주 기능에 머물러 있던 교육도서관 공간을 재구조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미래사회 도서관에서 필요한 기능을 도입할 수 있도록 공간 개선이 시급한 교육도서관부터 우선순위에 두고 연차적으로 예산을 확보해 리모델링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이용자 중심의 교육도서관으로 개편해 학교 밖 공동체 소통의 공간으로서 새로운 독서환경 토대를 마련하려고 한다.

-학생들의 독서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무엇을 계획하는가.

▶교육과정 안에서만 독서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데는 한계가 있다. 책은 어려서부터 부모와 함께 읽는 게 가장 손쉽게 습관화할 수 있 방법이다. 가정 안에서 독서가 습관이 되는 문화를 정착해 아이들이 독서를 생활화할 수 있도록 유도하려고 한다.

학교도서관도 무척 중요하다. 교육도서관과 마찬가지로 공간 혁신을 통해 학생들이 도서관을 부담스럽게 여기지 않게 언제든 마음 편히 와서 놀 수 있는 장소로 만들어야 한다.한창 다방면에서 호기심이 피어날 학생들에게 그 관심사를 계속 이어 나갈 수 있도록 사서 전문인력에게 도서 컨설팅 및 큐레이터 역할까지 맡을 수 있는 역량을 키워 주는 연수도 강화하고 있다. 

박종대 기자 pjd@kihoilbo.co.kr

사진=<경기도교육청 제공>

※ ‘학생이 행복한 경기교육’은 경기도교육청과 기호일보가 함께 만들어 가는 교육섹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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