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미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수미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몇 주 전 미국의 특허전문가들이 진행하는 웹비나를 시청하면서 접한 소식이다. 코로나19에 대한 특허가 2006년도에 이미 미국에서 등록됐고, 제약회사들이 전 세계인을 상대로 백신을 팔기 위해 코로나19 사태를 발생시켰다는 음모론이 인터넷을 떠돌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그 자체는 특허가 될 수 있을까? 이 질문을 분석하기에 앞서 특허 대상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특허법은 특허의 대상을 ‘발명’으로 규정하면서 ‘발명’은 ‘자연법칙을 이용한 기술적 사상의 창작으로서 고도한 것’으로 정의 규정을 두고 있다. 반면, 미국 특허법에는 발명에 대한 정의가 없다. 하지만, 1980년 미국 연방대법원은 ‘태양 아래 사람이 만든 모든 것은 특허 대상이다’라고 선언하면서 사람이 만든 모든 것을 특허 대상으로 보았으나, 1981년 판결을 통해 ‘자연법칙, 자연적 현상, 추상적 아이디어는 특허 대상이 아니다’라며 제한을 뒀다.  

우리나라의 ‘자연법칙’과 ‘자연법칙의 이용’, 미국의 ‘사람이 만든 모든 것’에는 인간의 창작 노력이 필수요건이다. 이는 유체재산권의 취득을 정당화하는 이론인 존 로크의 노동가치설을 기반으로 한다. 노동가치설의 핵심은 인류 공동의 소유인 자연상태로부터 분리해 인간의 노동과 부가·결합으로 나온 결과물은 노동자의 재산이 되고, 충분하고 동등하게 남겨둔 이상(enough, and as good left), 그를 제외한 어느 누구도 그의 노동이 결합된 산물에 대한 권리를 갖지 못한다는 데 있다. 그러므로 우리나라 특허법, 미국 특허법, 노동가치설 등에 따르면 자연상태에서의 코로나19는 자연법칙 그 자체이므로 발명이 될 수 없다. 

하지만 코로나19를 예방하는 백신은 살아 있는 바이러스로부터 독성을 없애거나 약화시켜 진정제와 활성제를 추가해 만든 합성물이므로, 사람의 연구와 창작의 노력이 들어간 창작물로서 자연법칙의 이용인 발명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또한 백신의 공정 방법 역시 사람의 연구와 창작 노력이 들어간 창작물로서 발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생명체인 바이러스의 상태는 불안정하기 때문에 화학 조성물로 약을 만들 때보다 공정과정은 훨씬 어려울 것이다. 이번 코로나19와 다르게 대부분의 전염병은 사스나 메르스처럼 감염환자 수가 많지 않고, 단 1회 백신만 맞아도 되기 때문에 백신 개발은 제약회사에게 숫자상으로는 인기 없는 사업이다. 

그렇기 때문에 특허제도는 발명에 대한 독점배타권을 통해 연구자의 노력과 백신 제조회사의 투자에 대해 보상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독점배타권 부분만 본다면 특허제도는 연구자와 이를 지원한 회사를 위한 제도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특허법의 목적을 ‘발명을 보호·장려하고, 그 이용을 도모함으로써 기술 발전을 촉진해 산업발전에 이바지함’이라고 규정하면서 공공이 그 이용을 도모하도록 하는 공익 목적도 함께 있음을 분명히 한다. 앞에서 언급했던 존 로크의 노동가치설에서도 노동의 결과물은 노동자의 재산이 되지만, 다른 이들에게도 충분하고 동등하게 남겨 둬야 한다는 전제가 따른다(enough, and as good left). 

이를 반영해 특허법 곳곳에서 공공의 이익과 편리한 이용을 위한 규정을 찾아 볼 수 있다. 이에 해당하는 규정 몇 가지를 간략하게 소개해 보고자 한다. 특허 출원된 발명은 출원일로부터 1년 6개월 후에 특허청 인터넷 공보를 통해 공개된다. 이는 공보를 통해 타인이 동일한 발명의 특허출원을 모르고 거기에 자원을 투여하는 경제적인 낭비를 예방할 수 있고, 타인의 발명을 실시하는 자에게 발명이 특허 등록되기 전부터 침해 경고를 할 수 있다. 침해 경고를 받은 자는 이른 시기에 다른 방안을 모색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또한 출원 발명이 독점 자격을 받을 만한 자격을 갖췄는지를 공공으로부터 검증받을 수 있고, 공공은 출원 발명을 학습해 더 나은 발명을 생각해 낼 수 있는 훌륭한 학습 효과도 주어진다. 

출원 발명이 특허로 등록되고 이후 출원일로부터 20년이 지나 특허권이 만료되면 누구든지 그 발명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어 특허는 진정한 공공재가 된다. 연구 또는 시험 목적으로 특허발명을 실시하는 경우 특허권의 효력이 미치지 못하도록 해 특허의 위협 없이 자유롭게 연구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또 특허의 실시 허락을 받기 위한 협의에서 특허권자와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도 공공의 이익을 위해 특별히 필요한 경우 특허청장에게 실시권의 설정을 재정할 수 있도록 한다. 특허권자가 자신의 발명을 실시하고자 할 때 타인의 특허를 침해하게 돼 실시권 허락이 필요한데 그 타인이 실시를 허락하지 않는 경우 특허권자는 특허청에 특허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발명이 특허 출원된 줄 모르고 발명의 사업화를 이미 시작했거나 준비하고 있는 자에게는 특허법을 통해 무상의 통상실시권이 주어진다. 인류 최고의 발명이라고도 불리는 우리의 특허제도는 이렇게 사유재산 보호와 함께 공익에도 기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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