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효성 <국제PEN한국본부 인천지역부회장/소설가>
신효성 <국제PEN한국본부 인천지역부회장/소설가>

‘품 안의 자식이라더니, 어머니의 날에 연락 한 통이 없어? 세 엄마가 철없는 아들을 찾아 무작정 뉴욕으로 향한다. 누가 뭐래도 넌 내 아들, 모정의 맛을 제대로 보여주마!’

 넷플릭스에서 가정의 달에 추천한 영화 ‘OTHERHOOD’의 소개평이다. 우리는 5월 8일이 어버이날인데 미국은 5월 둘째 일요일이 어머니의 날이고 6월의 셋째 일요일이 아버지의 날이다. 영화는 어머니의 날을 자축하려고 모인 세 명의 엄마 이야기로 시작한다. 보라색 붓꽃이 풍성하게 꽂혀 있는 화병을 보고 두 엄마가 감동한다. 정말 완벽한 아들이야. 잊는 법이 없잖아. 어머니의 날이면 잊지 않고 꽃과 감사편지를 보내는 그 집 아들이 부러워 무심한 당신의 아들에게 서운한 감정을 내보인다. 꽃다발의 주인인 엄마가 고백한다. 사실, 저 꽃 내가 보냈어. 한동안 해 왔는데 해가 갈수록 점점 더 우울해지는 거야. 그래서 올해는 더 많이 보냈어. 그래도 편지는 안 썼지? 두 엄마의 질문에, 당연하지 어떻게 내가 나한테 편지를…. 썼어. 뭐라고 썼어? "엄마는 최고의 엄마예요." 두 엄마가 맞장구를 친다. 맞지, 맞고 말고. 

 우리가 엄마로 뭘 잘못한 걸까? 잘못한 게 없다는 게 문제야. 자유로운 생각을 갖고 독립적으로 살도록 키워놨더니 엄마를 전혀 필요로 하지 않잖아. 엄마라는 건 아이들이 성장할수록 매일 나 자신이 망가지는 듯한 비참한 기분이 들어. 비인간적인 감정 고문인 거지. 이제는 엄마라고 느껴지지도 않아, 그냥 남이지. 맙소사, 너무 맞는 말이야. 난, 남이 되고 싶지 않아. 나도 그건 싫어. 오늘은 빌어먹을 어머니의 날이잖아. 시종일관 콕콕 박히는 엄마들의 대사가 현실감이 있다. 당장 차 끌고 맨해튼에 가서 애들 집에 쳐들어가자고 했는데 막상 뉴욕에 도착해서는 아들이 사는 집에 선뜻 들어가지 못한다. 안 반기면 어떡하지? 엄마는 명사지만 동사이기도 해. 행동할 필요가 있다고. 엄마한데 며칠 정도는 묵게 해줘야지. 걔들은 우리집에 18년이나 묵었잖아. 애가 거절해도 물러서지 마. 엄마를 사랑하게 만들어 버려. 코믹 영화답게 웃음을 유발하는 장치가 곳곳에 깔려있어 시종 유쾌하다가도 어느 순간 가슴을 촉촉하게 적신다. 

 엄마 인생은 엄마 거고 내 인생은 제 거니까 끼어들지 말라는 말이 엄마에게 상처가 된다. 한 아들은 성공은 했으나 쾌락을 좇고, 한 아들은 게이로 살고, 한 아들은 엄마의 반대로 결혼을 결심한 여자 친구와 헤어진다. 자기에게 붓꽃 선물을 하는 엄마가 성공한 아들에게 묻는다. 우린 관계가 너무 없는 엄마와 아들이지. 아들이 항변한다. 엄마는 제 엄마잖아요 어떻게 관계가 없어요? 넌 엄마가 무슨 꽃을 좋아하는 지 알기나 하니? 엄마에 대해 아는 것 열 개만 생각해 봐. 성공한 아들은 지혜로운 여자친구의 조언을 받아 엄마에 대해 열 가지를 써 본다. 그 중에 하나, ‘저를 좋은 사람으로 봐주는 유일한 분이다.’ 제가 좋은 사람이라고 엄마가 그러셨어요. 아들이 보낸 편지와 붓꽃 꽃다발을 받고 엄마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남편과 사별하고 혼자인 엄마의 가슴에 저릿한 감동을 준 아들은 비로소 엄마와의 관계에 진지해지고 엄마 이전에 여자인 엄마를 응원한다. 

 억지스러운 전개도 있지만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 생각할 여지가 많은 영화다. 부부 사이의 외도, 게이 아들의 정자 기증으로 레즈비언에게서 태어난 손녀, 친구와의 우정, 남녀의 사랑과 동성의 사랑 등 가정의 달이 아니더라도 생각해 볼 요소가 많다. 내 아이도 품에서 떠나 사회구성원으로 제 삶을 산다. 해외에 있는 아이는 그렇다치더라도 서울에 사는 아이는 걸림 없이 찾아가 볼 것 같은데 내 시간 편한 대로 불쑥 가게 되지 않는다. 부모 자식 사이에도 선을 지켜 서로의 생활을 배려하면서 역할에 흠 내지 않고 지내면 더 없이 좋은 관계가 이어질 것이라 생각한다. 영화 속의 대사처럼 "이 장엄하고 쓰라리고 피터지지만 아름다운 인생 그게 바로 네 인생이야." 내 아이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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