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환자 치료를 위해 불철주야 뛰고 있는 의료종사자, 공무원 등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했습니다. 그 결과 의료용 보호복(방역복) 안에서 더위와 싸우는 이들을 위해 냉각 기능을 넣은 방역복을 개발했습니다. 이 방역복은 결로 현상이 없어 의료진 등에게 매우 유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구정은 ㈜미로 대표이사는 6일 "땀에 젖은 방역복을 입은 의료진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며 최첨단 냉매제를 이용한 방역복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한낮 20℃가 넘는 날씨 속 코로나19 현장에 투입된 의료진 등에게 꼭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 냉매제는 여름철 쪽방·고시원·여인숙 등 비주거시설 주민들의 복지를 위해 사용해도 좋다. 스포츠, 의료, 건설, 미용, 교육 등 다양한 현장에서도 사용 가능하다. 

 구 대표는 부직포 사업 30년 외길을 걷고 있다. 

 그는 "부직포 사업으로 창업해 30년이 지나간다"며 "부직포가 제3의 원단으로 각광받기 시작한 지 오랜 시간은 아니지만, ㈜미로는 30년간 줄곧 한눈 팔지 않고 부직포 사업에 힘써 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덕분에 종종 부직포 제품 개발이나 부직포에 관심 있는 고객들이 ‘미로에 물어보라’고 들었다며 연락을 주곤 한다"며 "여성 CEO로서 기술영업이 쉽지 않았지만 보람을 느끼는 사업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구정은 미로 대표이사가 의료용 보호복에 냉각기능을 하는 신소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창호 기자 ych23@kihoilbo.co.kr
구정은 미로 대표이사가 의료용 보호복에 냉각기능을 하는 신소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창호 기자 ych23@kihoilbo.co.kr

 ㈜미로가 방역복에 탑재한 냉매제는 항공우주 소재인 상변화물질(PCM)로, 여름과 폭염에 냉매제만으로 충분한 냉방 효과가 있어 에너지 절약이 가능하다. PCM은 잠열을 이용하는 에너지 저장기술로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필요에 따라 탄생했다. 마이크로캡슐화 PCM은 NASA의 우주복에 첨가해 대기권 열반응에 대한 흡열과 발열을 조절하는 캡슐로 개발됐다.

 구 대표는 "스포츠 분야에서 PCM 냉매제를 활용하겠다는 회사와 손잡고 독일에서 원재료를 수입해 방호복에 적용했다. 현재 특허를 진행하고 있다"며 "‘일이 끝나면 우린 냉장고 앞으로 간다’는 한 의료진의 인터뷰를 듣고 냉매제를 이용한 방호복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3월 대구·경북 코로나19 병동 의료 자원봉사에 참여한 간호사는 "엄청 뜨거운 사우나 안인데 얼굴은 가려져 있고 땀이 흐르는데 닦을 순 없다"며 방역복을 입고 근무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설명했다.

 ㈜미로의 방역복 속에는 헤드쿨, 넥쿨 등 냉매제가 들어간다. 헤드쿨은 머리에 냉기를 직접 전달해 사용 즉시 열을 내려주는 효과가 발생하고, 광범위하게 냉기가 전달돼 시원함을 유지할 수 있다. 넥쿨은 목 주위로부터 자연스럽게 냉기가 흘러 몸 전체로 전달된다. 페이스쿨은 2시간 근무 후 2시간 휴식을 번갈아 하는 간호사들의 달아오른 얼굴 피부 온도를 낮춰 주는 쿨링케어 효과로 피부건강을 위한 제품이다. 

 ㈜미로가 제작한 방역복 속 PCM 냉매제는 18℃ 이하에서 얼어 바로 사용이 가능하다. 또 결로 현상이 없어 땀과 섞이는 일이 없고 가장 쾌적한 온도를 유지한다. 냉매가 얼굴 등 피부에 닿아 다치는 일(피부동상, 한랭알레르기 등)도 전혀 일어나지 않는 신소재다. 야외에서 얼음물 속에 담가 둬도 빨리 냉각돼 야외활동 시 반복 사용이 가능하다.

 구 대표는 취업준비생들에게 ‘어느 회사에서 일하고 싶은가’를 물었을 때 ‘좀 더 배울 수 있고 보람을 느낄 수 있는 ㈜미로에 취업하고 싶다’는 말을 듣는 회사로 성장하는 게 목표다. 이 말은 곧 회사가 활력이 있고 비전이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구 대표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사회 상생을 위한 생각도 깊다.

 그는 "지난해 대비 올해 고용 창출이 50%나 늘었다"며 "서구 검단일반산업단지가 외곽에 있어 출퇴근이 용이하지 않은 점으로 인해 인원 변동이 심해 고민 끝에 새싹영입제도를 도입했고, 지난해 서구의 디자인고·세무고 3학년 학생 6명을 영입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들에게 도제교육을 실시하고, 고등학교 졸업 후 정식 직원으로 채용해 질 좋은 일자리를 제공했다"며 "회사는 훌륭한 직원들과 업무할 수 있게 돼 윈-윈하는 전략이 됐다"고 말했다.

미로 마스크생산현장에서 직원이 공정과정을 확인하고 있다
미로 마스크생산현장에서 직원이 공정과정을 확인하고 있다
미로 생산제품을 둘러보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관계자.
미로 생산제품을 둘러보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관계자.

 ㈜미로는 직원들의 기술 습득을 독려하고 있다. 구 대표는 "늘 ‘위치’는 누가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힘으로 만드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며 "따라서 기술을 습득하고자 하는 직원, 어학을 배우고자 하는 직원들은 회사가 지원해 능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자격증이 늘어나는 직원은 운전면허증이라도 기술로 인정해 연봉에 반영하고 있다"며 "㈜미로의 브랜드 ‘코젠더스’는 ‘cozy and us’의 뜻으로, 편안함이 항상 우리와 같이 있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즉, 제품뿐 아니라 일하는 직원들도 편안함이 있어야 오래 근무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구 대표는 지난해부터 새싹영입제도를 운영하면서 젊은 직원들이 오랫동안 회사를 다닐 수 있도록 복지활동비도 지급하고 있다.

 구 대표는 ㈜미로 설립 전 미술을 전공한 뒤 중국 유학을 거쳐 대기업 부직포 해외마케팅부에서 근무했다. 이는 ㈜미로를 설립한 계기가 됐다. 사명인 ‘미로’는 미간 사이에 있는 눈으로, 해탈의 길을 밝혀 주는 눈을 뜻한다.

 그는 "해외마케팅부에서 근무하면서 여러 나라의 부직포를 접할 수 있었다"며 "사업을 함에 있어 좀 더 멀리 혜안의 눈으로 장사꾼의 길을 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구 대표는 "인도인들이 미간 사이 점(빈디)을 찍어 실제 눈으로 볼 수 없는 것을 보는 제3의 눈 에너지를 저장하는 것처럼 ㈜미로를 운영하고 싶다"며 "집중력을 높여 주거나 갑작스러운 불행으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빈디로 길을 볼 수 있는 능력으로 기업을 이끌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창호 기자 ych23@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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