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상 인하대 경영대 아태물류학부 교수
정호상 인하대 경영대 아태물류학부 교수

코로나19 영향으로 우리 생활의 모든 부문이 큰 영향을 받고 있다. 사람을 만나기가, 밖으로 나가기가 어려워지면서 재택근무, 온라인 수업 등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됐다. 해외 각국은 코로나19 초기에 생필품 등에 대한 사재기로 사회 전체가 큰 홍역을 치렀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사재기 현상 없이 국민들이 차분하게 일상생활을 영위했다. 이러한 차이를 만들어 낸 여러 이유 중 하나로 ‘생활물류 서비스’로 대변되는 우리만의 택배 배송 및 배달 대행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자정까지 주문하면 다음 날까지 생필품을 배송해주거나, 밤늦은 시각에 식자재를 주문해도 바로 다음 날 새벽에 문 앞으로 배송해 주는 것이 어색하지 않게 됐다. 

또한 갖가지 음식들을 스마트폰 조작 몇 번으로 손쉽게 집으로 배달시켜 먹는 것도 이제는 새로운 일상이 됐다. 정보통신기술 발전과 함께 찾아온 이러한 변화는 우리 생활을 더욱 편리하게 해주고 있지만, 고민해 봐야 할 문제들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 첫째로, 서비스 수요자 관점에서는 편리함 뒤에 감춰진 물류 격차 문제를 들 수 있다. 우선 지역 격차가 커지고 있다. 일부 기업들이 전국 단위로 서비스 범위를 넓히긴 했으나, 편리한 대부분의 생활물류 서비스는 대도시, 그 중에서도 수요가 많이 발생하는 수도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수도권을 벗어나거나 수도권에서도 변두리 지역으로 갈수록 편하고 쉬운 생활물류 서비스는 찾아보기 어려워진다. 

물론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 대부분 국가에서도 수요가 많은 메가시티를 중심으로 새로운 서비스가 확산되는 경향이 있지만, 이러한 추세가 가속화되면 대도시와 그 외 지역 간 물류 격차는 더 커질 수 있다. 다음으로 세대 격차를 꼽을 수 있다. 세대와 상관없이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이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노년층으로 갈수록 생활물류 서비스에 대한 혜택을 누리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작은 글씨, 복잡한 화면 구성, 결제를 위한 카드 등록 등 젊은 세대에겐 쉽고, 당연하게 느껴지는 일들이 어르신들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끝으로 기회 격차 발생 가능성을 들 수 있다. 최근 생활물류의 범위는 택배 배송이나 배달 대행 차원을 넘어서고 있다. 일본의 경우 고령인구를 대상으로 도시락 배달을 하면서 안부를 확인하는 서비스나 의약품 전달 등에 생활물류 네트워크를 활용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생활물류 네트워크와의 접근성이 사람들의 삶의 질을 결정할 수도 있게 된다는 의미이다. 둘째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배송 인력에 대해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주로 생활물류 서비스의 확산과 이에 따른 편의성 증대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지만, 그 이면에서 서비스를 뒷받침하고 있는 배송인력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코로나19로 생활물류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늘었으나, 경제상황 악화와 맞물려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배송업무를 수행하려는 인력의 수도 함께 증가하다 보니 배송인력의 수입은 제자리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안전 측면에서도 생활물류 서비스 기업들이 보다 빠른 서비스를 앞 다퉈 광고하다 보니 과속으로 인한 사고위험이 함께 증가하고 있다. 그럼 생활물류 서비스 확대 이면의 물류격차 문제나 배송인력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우선 물류격차의 경우 수익성을 따져볼 수밖에 없는 민간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해결해 주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정부나 지자체의 노력이 필요한 부분인데, 해소 노력을 기울이는 민간 기업에게 세제 혜택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거나 특정 지역이나 연령층을 대상으로는 공공부문이 주도하는 최소한의 생활물류 기본 서비스를 고안할 필요가 있겠다. 물론 이러한 격차 해소를 위해서는 해소 정도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재원이 투입돼야 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 

또한, 배송인력 문제와 관련해서도 고객, 지역사회 등 이해관계자들이 기업으로 하여금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노력에 더해 배송인력의 처우 개선과 더 편하고 안전한 업무 수행을 지원하는 기술을 개발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겠다. 즉, 생활물류 서비스의 수요자 관점에서나 공급자 관점에서나 ‘기술’도 중요하지만, ‘사람’이 논의의 중심으로 남아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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