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현린 주필
원현린 주필

아주 위대한 랍비가 시찰관 두 사람을 북쪽 고장에 파견했다. 시찰관들은 그 고장을 지키고 있는 매우 중요한 사람들을 만나 지역 현황을 알아보려고 하는데 그 고장의 경찰서장이 나타났다. 시찰관들은 "아니오. 우리는 이 마을을 지키는 사람을 만나려고 하오"라고 말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마을의 수비대장이 찾아 왔다. 파견된 두 랍비는 또 말했다. "우리가 만나고자 하는 사람은 경찰서장이나 수비대장이 아니오. 학교 교사요. 경찰관이나 군인은 마을을 파괴하지만 교사야말로 그 마을을 지키는 사람이니까 말이오."

「탈무드」 교육편에 나오는 얘기다.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야기다.  유태인들은 나라를 지키는 요소 가운데 교육을 가장 먼저 내세운다. 유태인들은 지식을 전해주는 스승을 가장 귀한 존재로 생각한다고 한다. 

푸른 오월이다. 오월은 어린이 달, 청소년의 달로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코로나19라는 예기치 않은 바이러스 창궐로 어느 때보다 나라가 어렵다. 초등학교 어린이들과 중·고등 학생들이 새 학기 개학을 맞았으나 학우들은 물론 담임선생님과 대면조차 못하는 안타까운 현실에 직면해 있다.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질 리 만무하다. 지금 우리 교육이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 꽤 여러 날이 지났지만 아직도 이렇다 할 코로나19를 치료할 백신 개발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역병의 감염을 막으려고 고안해 내 실천하고 있는 것이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가 고작이다. 눈에 보이지도 않고, 무게도 없고, 냄새도 없는 일개 바이러스 위협에 인류가 속수무책인 상태에 있는 것이다.

오랜 동안 재택수업 중에 있는 초·중·고교 학생들이 시차를 두어 등교개학을 한다고 한다. 학생들을 맞는 학교와 자녀를 학교에 보내야 하는 학부모 모두가 긴장의 연속이다. 철저한 방역과 코로나 감염 예방 지침 준수로 조속한 시일 내에 역병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나야 하겠다. 

"날아라 새들아 푸른 하늘을∼ 달려라 냇물아 푸른 벌판을∼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오늘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 우리가 자라나면 나라의 일꾼∼ 손잡고 나가자 서로 정답게∼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오늘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

해마다 오월이면 들려오곤 하던 노래였다. 이러한 오월이 푸르지 않다. 올해에는 동네 골목 어디에서도 들려 오지 않는다. 

우리가 제정 공포한 어린이 헌장에는 "▶어린이는 고른 영양을 섭취하고, 질병의 예방과 치료를 받으며, 맑고 깨끗한 환경에서 살아야 한다. ▶어린이는 해로운 사회환경과 위험으로부터 먼저 보호돼야 한다. ▶어린이는 우리의 내일이며 소망이다. 나라의 앞날을 짊어질 한국인으로, 인류의 평화에 이바지할 수 있는 세계인으로 자라야 한다"라는 등의 잘 다듬어진 조항들이 있다. 국가 미래의 주역인 어린이와 청소년이야말로 우리의 희망이자 내일이다. 헌장 제정 취지를 상기해 조항이 사문화되는 일이 없도록 모두가 나서야 하겠다. 

나라의 운명은 국가 구성원인 국민들의 건강 여하에 달려 있다 했다. 지금 과거 어느 때보다 우리 어린이와 청소년이 아프다. 몹쓸 바이러스로부터 우리 아이들을 보호해야 하겠다. 건강의 중요성이야말로 아무리 강조해도 결코 지나치지가 않다.

문제는 아무리 극한상황이 닥쳐온다 해도 우리 학생들의 교육을 멈춰서는 안되겠다는 점이다. 우리 청소년들이 꿈을 접어서는 안된다. 가정의 달 오월이다. 푸른 오월답게 우리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전폭적 지원과 응원을 아끼지 않아야 하겠다. 

코로나19 감염 비상 속에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는 우리다. 나라를 지키는 곳은 군대보다도 우선해 학교라는 탈무드의 교훈이 어느 때보다 마음에 와닿는다. 정부는 등교개학을 발표한 일정대로 간다고 한다. 오는 13일 고등학교 3학년 등교개학을 시작으로 학년별 시차를 두고 학생들이 학교에 간다.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에 가정에서 컴퓨터 통신망을 이용해 수업을 받던 재택수업을 마치고 학교에 등교, 대면수업을 시작하는 교사와 학생들이다. 우리 학생들의 등교개학 성공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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