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영일 가톨릭환경연대 대외협력위원장
지영일 가톨릭환경연대 대외협력위원장

극한으로 치닫는 기후위기, 환경 파괴로 파국에 이른 지금일까? 심한 몸살을 앓는 지구가 보내는 긴급재난신호는 이상기후로, 대규모 산불로, 광범위한 사막화로, 그리고 생태계의 빠른 붕괴에서 잡힌다. 게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곧 닥칠 미래에 대한 최후 선택지를 놓고 지구가 현생 인류에게 던져준 질문으로 여겨질 정도다. 우리 사이로 깊숙이 파고든 코로나19와 그것의 만연, 팬데믹(pandemic)까지 세계적 차원의 의료적·사회적 대처가 화두다. 그리고 한편에서는 코로나19를 통해 인류가 안은 과제를 숙고하는 움직임이 구체화하고 있다. 코로나19가 던져준 명과 암의 현실에 대한, 향후 드러날 변화에 대한 논의가 그러하다. 심각한 공기오염으로 고통을 받던 나라들의 하늘이 맑아졌다거나, 붐비던 인간들이 사라지니 떠났던 동물들이 돌아왔다는 소식, 탁했던 물이 바닥을 훤히 드러낼 만큼 맑아졌고 역시나 떠났던 물고기들이 돌아왔다고 한다. ‘코로나의 역설’이다. 

이러한 현상을 ‘인간이 멈추자, 지구가 살아나고 있다’라거나 ‘자연이 숨을 쉬게 됐다’라고 표현한다. 코로나19의 교훈, 달라질 생활상을 언급한다.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말하길, 비대면 관계 선호도가 급격히 높아질 것이라고 한다. 온라인쇼핑, 원격수업(온라인학습), 화상회의, 재택근무 형태가 이전보다 훨씬 보편화할 조짐이다. 여행의 양상도 달라지리라고 한다. 넓은 야외나 탁 트인 공간에서 가족 중심의 소규모 인원으로 즐기되 불특정 다수와의 접촉이나 집단적 활동은 삼가는 분위기가 될 수 있다. 소위 ‘언택트 라이프’로 일컬어지는 상황의 일반화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위기 상황 속 생존방식으로 자리를 잡았다. 우선은 그것 자체의 강력한 전염성 탓이거니와 확산 과정에서 거리두기를 못했던 결과에서 비롯됐다. 일상적이거나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는 코로나19 종식과 함께 과거지사가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학습할 것이고 위기에서 그렇게 다시 대처할 것이다. 그렇지만 또 다른 거리두기에 대해 우리는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 인간계와 자연생태계 사이의 거리, 인간의 삶의 방식과 일반 야생동물의 삶의 방식 차이 말이다. 

그간 산업화와 기술발달 가속으로 불확실성은 줄고 인간 세계의 무한 확대는 지속되리라 전망됐었다. SF영화에서 보듯 ‘거리’는 사라지고 경계도 허물어져 이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꿈같은 일상을 살 것이라 기대했었다. 인간중심의 세계관, 무한 행복을 향한 욕망 앞에 ‘신령의 영역’으로 지켜지던 숲이 훼손돼 인간계와 생태계의 경계가 급격히 무너졌다. 그 결과 각종 바이러스(병원체)를 포함해 야생동물의 영역이 파괴됐고 갈등과 충돌의 문이 열린 셈이 됐다. 

2002년 11월 사스는 박쥐로 시작해 사향고양이를 매개체로 인간 감염을 일으켰다. 2009년 4월 신종플루는 돼지, 2012년 메르스는 역시 박쥐로 시작해 낙타를 매개체로 퍼졌다. 오늘날 코로나19도 박쥐로 시작해 동물을 매개로 우리를 고난에 빠뜨렸다. 이러한 아픈 역사로부터 여러 분석이 가능하겠지만 도시화, 토지개발, 생태환경 파괴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즉 인간 일방의 자연생태계와의 과도한, 과다한 상호작용이 문제라는 생각에서다. 

그렇다면 이제 어떤 선택이 남았는가? 지금이 우리의 정신세계까지 파고든 ‘첨단’에 대한 신화와 오만한 ‘효능감’에 대한 깊은 반성의 시간이어야 한다. 이번 코로나19 국면을 통해 무엇이 문제인지, 무엇이 중요한지를 뼈아프게 깨달아야 한다. 지금 경험하는 코로나19의 역설은 어디까지나 일시적 현상일 뿐이다. 코로나19 끝 일상으로 돌아갔을 때, 이전과 같은 생활방식과 생산·소비체계라면 코로나19의 역설은 한낱 해프닝으로 기억될 일이다. 어떠한 교훈도, 전환도, 가능성도 발견할 기회는 없다. 좌절한 지구, 붕괴된 생태계의 역습을 역대급으로 또다시 겪을 수도 있고.     

우리는 온실가스, 기후변화, 지구 평균기온 1.5℃ 상승 같은 구체적인 현실에 주목해야 한다. ‘제거됐던 거리’가 서둘러 복원돼야 한다. 생태계와의 건강한 관계 설정이 필요하다. 지금의 비극이 허락한 선택의 기회를 빌려 이후를 상상하고 다른 시간을 준비하는 우리여야 한다. 습관적이고 경쟁적 소비는 끝나야 한다. 양적 삶이 아닌 질적 삶이 우선이다. 녹색소비에 앞서 녹색생산을 이뤄내야 한다. 기후위기를 촉발한 화석연료 기반의 생산체계는 대체돼야 한다. 도시는 생태적이며 치유의 기능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계획되고 운영될 필요가 있다. 가벼이 취급됐던 녹지와 습지(갯벌)를 적극적으로 관리, 보호돼야 한다. 이러한 생태적 대전환이 다시 올 위기 국면에 맞설 기초체력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인류에 대한 당부가 가슴 깊은 공명을 일으킨다. "코로나19라는 폭풍우는 결국에는 지나가겠지만, 그 이후의 삶을 대비해야 합니다. 인본주의적이고 생태학적인 전환을 통해 돈에 대한 숭배를 끝내고, 생명과 존엄을 강조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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