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이 만든 공간
유한준 / 을유문화사 / 1만6천500원
 
농업혁명과 도시 형성은 문명을 발생시켰고, 여러 환경적 제약을 해결하려는 노력은 문화를 만들어 냈다. 특히 문화의 물리적 결정체인 건축은 기후와 환경이 다른 동양과 서양이 각자 다른 양식을 갖게 될 수밖에 없었다. 인문건축가 유한준의 신간 「공간이 만든 공간」은 건축을 중심으로 지역 교류, 결합, 변종이 만들어 낸 문화의 진화를 담고 있다.

 이 책은 새로운 생각과 문화가 만들어지고, 분야 간 융합을 통해 새로운 문화가 탄생하는 문화유전자의 진화와 계보를 공간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단순히 ‘건축’이라는 프레임을 넘어 과학·역사·문화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며 문화의 기원과 창조·융합·진화 등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각 지역마다 지리적·기후적인 환경 제약이나 특징이 있고, 인간의 환경적 제약을 해결하려는 노력은 지역적 특성에 맞는 독특한 생활양식과 문화를 창조해 냈다고 설명한다. 건축물은 그러한 문화의 물리적 결정체로 볼 수 있다. 건축은 엄청나게 큰 에너지와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는 일이다 보니 많은 사람의 지혜를 모아야 하며, 크게는 사회적 동의가 있어야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공간이 구축되는 형식과 모양을 보면 만든 사람의 생각과 문화를 비춰 볼 수 있다고 말한다. 공간을 분석하고 이해하면 사람과 문화를 이해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저자는 또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내기 위해 끊임없이 고뇌하는 건축가들을 소개한다. 그들의 고민들은 타 지역의 문화를 받아들이게 했고, 옛 문화를 끌어와 적용하게 했으며, 미술·철학·IT·패션 등 각종 분야를 접목시켜 새로운 건축물을 만드는 결정적 단초를 제공했다. 저자는 서로 다른 생각이 어떠한 과정을 통해 융합되고 어떻게 새로운 생각이 만들어지는지 공간을 중심으로 추리해 나가며 뛰어난 관찰력과 통찰력으로 서로 다른 문화의 관계와 창조에 얽힌 비밀을 재해석했다. 

 인류의 시간 속에서 문화유전자와 건축물 간 상관관계는 무엇일까? 건축을 중심으로 과학·역사·지리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며 문화의 기원과 창조·교류·변종·발전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 저자의 흥미로운 주장은 독자들에게 책 읽는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신들의 봉우리
유메마쿠라 바쿠 / 리리 / 2만6천 원

아시아 산악 소설의 걸작으로 평가받는 「신들의 봉우리」가 최근 복간됐다. 

이 책은 히말라야 등반 사상 최대 미스터리 사건으로 불리는 조지 말로리와 앤드루 어빈의 에베레스트 초등 여부를 모티브로 풀어낸 산악 소설이다.

일본 에베레스트 원정대의 카메라맨인 주인공 후카마치가 네팔 카트만두에서 우연히 들른 등산용품점에서 말로리가 1924년 등반 때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코닥 카메라를 발견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후카마치는 카메라를 도난당하고, 이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일본 산악계 전설 하부를 만나게 되며 동계 에베레스트 남서벽 무산소 단독 등정이란 어마어마한 계획에 동참하게 된다.

저자 유메마쿠라 바쿠는 극한의 리얼리즘을 추구하기 위해 직접 히말라야로 날아가 당나라 현장법사가 인도기행을 위해 걸었던 길을 그대로 따라 걷기도 했으며, 알래스카 고원을 여행하는 등 거친 모험에 도전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저자는 해발 8천m 이상의 죽음의 지대를 생생히 표현하고, 산에 모든 것을 내던진 주인공들의 모습을 통해 정상을 향한 인간의 열망과 산악인의 정신을 사실적으로 담아냈다.

실은 나도 식물이 알고 싶었어
안드레아스 바를라게 / 애플북스 / 1만6천800원

SNS에서 싱그러운 초록의 플랜테리어 사진이 눈에 들어오고, 정원 가꾸기 취미를 가져 보리라 마음먹었다면 당신은 식물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큰맘 먹고 사무실 책상 위에, 혹은 집 안에 작은 화분 두어 개를 놓고 정성을 들여 봐도 식물은 얼마 못 가 비실댄다. 이 과정을 몇 번 반복하고 나면 소질이 없는 자신을 자책하며 포기하게 된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멋진 초록빛으로 가득한 나만의 정원을 꿈꾼다. 

지난해 독일 정원도서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원예학자 안드레아스 바를라게는 이 책에 식물에 관한 82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담았다. 수십 년간 식물과 함께 해 온 저자의 풍부한 경험과 해박한 지식이 친절한 설명과 함께 잘 녹아 있어 식물 문외한이라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식물의 생태적 특성에 대한 설명부터 반려식물을 올바르게 보살피는 방법까지 알찬 내용을 담았다. 

82가지 질문과 답을 읽고 나면 방 안의 작은 화분부터 가로수에 이르는 초록빛 식물들을 한층 다른 눈으로 보게 될 것이다.

 우제성 기자 wjs@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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