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옥엽 前 인천시사편찬위원회 전문위원
강옥엽 前 인천시사편찬위원회 전문위원

우리 역사 기록 속에 나타나는 인천의 출발은 2030여 년 전, B.C. 18년 비류의 미추홀 정착으로부터이다. 이미 많은 인천인들이 알고 있지만 오랜 역사의 흐름에 따라 ‘인천’ 이름도 몇 차례 바뀌어 왔다. 고대에는 미추홀, 매소홀, 소성으로 변화했고, 고려시대에는 경원, 인주로 바뀌었으며, 조선시대 태종 13년(1413)에 이르러 비로소 오늘날의 ‘인천’ 이름이 탄생했다. 

인천 이름의 변화에는 그 시대마다 변천에 따른 나름의 이유와 명분이 있었는데, 특히, 고려시대에 ‘인천’을 지칭했던  ‘경원(慶源)’과 ‘인주(仁州)’라는 이름은 다른 시대와 달리 왕실과 관련된  ‘7대 어향(七代御鄕)’ 이라는 독특한 명분이 자리하고 있어 오늘날 우리에게 인천이 역사적으로 어떤 공간이었는지, 또, 그 위상은 어떠했는지를 대변해 주고 있다.

「고려사」 ‘지리지’에 다음과 같은 기사가 있다. "인주··· 현종 9년(1018) 수주(樹州) 에 속하게 했고, 숙종 때 이르러 어머니 인예태후(仁睿太后) 이씨의 내향(內鄕)이라 하여 경원군(慶源郡)으로 승격시켰고, 인종 때는 어머니 순덕왕후(順德王后) 이씨의 내향이라 하여 지금의 이름으로 고치고 지주사(知州事)를 두었다. 공양왕 2년(1390)에 경원부(慶源府)로 승격하였다."

이 내용을 보면, 고려 초까지 ‘소성현’으로 불렸던 ‘인천’이 제15대 숙종(1054~1105)과 제17대 인종(1109~1146)때 어머니의 고향을 높여서 각각 ‘경원군’과 ‘인주’라 개칭했고, 공양왕대에 다시 한 번 ‘경원부’로 승격했다는 것이다. 비교적 간단한 기사이지만 읍호 변경에 따른 이유와 명분이 행간에 설명돼 있다. 특히, 초기 고려사회의 기반이 지방호족의 중앙 진출에 따른 귀족화와 왕실과의 결합, 그리고 왕실 족내혼을 통한 세력 구축이었던 점을 상기하면 더욱 그렇다. 

그런 관점에서, 숙종이 어머니의 고향을  ‘경사의 원천’이라는 의미의 ‘경원’이라 칭했던 것은 그럴 이유가 있다. 인예태후는 인주 이씨 이자연(李子淵)의 장녀로 문종과 혼인해 숙종뿐만 아니라 순종(12대), 선종(13대), 대각국사 의천 등 10남 4녀를 뒀다. 여기에 아버지 문종이 이자연의 세 딸(인예태후, 인경현비, 인절현비)과 혼인했던 사실을 환기하면 어머니와 자매간이자 이모들인 선왕의 비(妃)의 고향을 높여 왕비를 배출한  ‘경사의 원천’이라 의미 부여한 것으로 이해된다.

또, 순덕왕후는 이자연의 손자인 이자겸의 딸인데 예종의 왕비가 돼 인종과 2명의 딸을 뒀다. 더구나 인종 역시, 어머니와 자매이자 이모인 이자겸의 두 딸과 혼인함으로써 ‘경원군(慶源郡)’의 지위를 ‘인주(仁州)’로 격상시키고 지주사(知州事)를 두는 조치를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때의 ‘인주’ 역시, 역대 왕비들, 특히 문종비였던 세 왕비의 ‘인(仁)’자를 차용하되, 그 의미는 유교의 최고 가치인 ‘인’의 의미를 담았던 것으로 짐작된다. 다만, 고려에서 군과 주의 장관은 모두 5품 이상으로 관품에는 차이가 없었지만, 읍호의 승격은 명예와 실질적인 혜택이 주어졌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공양왕대 경원부(慶源府)로의 승격에 대해서는 별다른 설명이 없지만, 「고려사」 ‘지(志)’에 ‘왕이 즉위 초에 이곳의 호장(戶長)에게 붉은 가죽 띠를 선사’ 했음을 부기하고 있고, 「여지도서」 「인천읍지」 등에서는 ‘7대 어향’이라 하여 경원부로 승격시켰음을 밝히고 있다. 어향(御鄕)은 ‘왕의 고향’을 의미하는 것이지만 당시 공양왕이 정통성 확보 작업의 일환으로 그 뜻을 확대해 문종에서 인종에 이르는 7대 80여 년에 걸쳐 인천이 왕실과 관련이 있다고 하여 ‘7대 어향’이라는 명분을 내세웠던 것으로 풀이된다. 

인천의 역사적 위상은 고려시대 ‘읍호(邑號)’ 변화에서도 찾을 수 있다. 현재 인천은 남북교류의 중요한 거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런 시각에서, 그 출발은 인천에 남아 있는 고려시대 유무형의 문화유산과 그 역사성에 대한 학술교류로부터 시작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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