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정말 잔인한 바이러스다. 방심을 파고들며 지역사회를 파괴하는 무시무시한 위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감염자가 추가되지 않자 사회적 거리두기를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하는 것과 동시에 마치 기다리기라도 한 것처럼 슬그머니 사람들 사이를 휘저으며 지역사회를 흔들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코로나19를 정말 잔인한 바이러스라고 했다. 내가 감염되면 나와 가까운 사람에게 더 큰 피해를 주고, 시간이 지나 2차, 3차 감염으로 확산될 경우에는 공동체 전체에 피해가 갈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의 걱정은 인천에서 현실이 됐다. 

이태원발 코로나19는 바로 인천에서 지역사회 감염으로 현실화되고 있다. 본인뿐 아니라 가족과 이웃에게 전파되며 인천 지역사회가 공포와 혼란에 빠졌다. 여기에는 한 사람의 거짓말이 불씨가 됐다. 자신의 직업을 속이고 침묵한 사이 2차, 3차 감염으로 확산됐다. 이태원의 한 클럽과 포차를 방문했다 양성 판정을 받은 대학생 A(25)씨 얘기다. 그는 학원강사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음에도 직업이 없다고 거짓말해 추가 감염 차단을 위한 물리적 시간을 빼앗았다. 역학조사 즉시 A씨와 접촉한 이들에 대한 자가격리 조치가 이뤄졌어야 했지만 그의 거짓 진술로 4일간 코로나19는 그가 다닌 학원 수강생과 교사 그리고 그가 과외를 맡았던 학생 및 학생 부모 등의 접촉자들을 통해 번져나갔다. 제대로 진술만 했어도 추가 전염은 막을 수 있었고 인천시의 촘촘한 방역망 속에서 충분히 차단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자신만을 생각한 거짓말 때문에 방역에 구멍이 뚫렸고 수많은 이들이 감염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당연히 학생과 학생들의 부모가 2차 감염에 노출됐고 아무것도 모르고 학생들을 찾은 과외교사는 이들에 의해 3차 감염자가 됐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학원 수강생들이 2차 감염 사실을 모른 채 두 군데의 교회를 다녀오며 교회신도와 학원의 또 다른 강사 및 수강생 등 1천500여 명이 감염 두려움 속에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들이 3차 감염됐을 경우 지역사회 전체로 코로나19가 확산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우리가 사는 사회는 너와 나 둘만의 관계로 형성되지 않는다. 항상 우리라는 공동체에서 얽히고설키며 거미줄 같은 관계로 엮여 있다. 공동체가 유지되려면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한다. 믿음이 있을 때 잔인한 바이러스인 코로나19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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