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은 지난해까지 해외에서 비시즌 훈련을 진행해 왔다. 전담 지도자 타미 갬빌, 하마다 마에 코치와 새 시즌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새로운 기술을 연마하기 위해서다. 올해도 미국 콜로라도주 스프링스 혹은 일본 오사카에서 ‘필살기’ 트리플악셀 점프의 완성도를 높이고 쿼드러플(4회전) 점프까지 도전할 참이었는데 코로나19로 틀어졌다. 이동편이 막히고 현지 아이스링크가 문을 닫자 국내 훈련으로 선회했다.
유영은 지난 시즌 트리플악셀을 앞세워 국내외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올해 1월 한국 선수 최초로 동계유스올림픽에서 금메달, 2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메이저급 대회인 4대륙선수권대회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 기세로 3월 생애 첫 ISU 피겨세계선수권대회 출전 차 캐나다 몬트리올에 입성했지만 감염병 여파로 취소됐다. 꿈의 무대를 코앞에 둔 채 귀국하자마자 정부 방침으로 2주간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유영은 격리생활로 감각이 무뎌지던 찰나 자택 옥상으로 올라가 쉬지 않고 점프 훈련을 소화했다. 딱딱한 옥상 바닥을 수없이 내디디며 이를 악물었다. 자가격리 해제 후엔 강도 높은 지상 훈련으로 체력과 감각 회복에 힘썼다.
힘든 시기를 이겨 내고 빙상장에 나온 유영은 해외에 있는 전담 지도자와 함께 훈련할 수 없어 난제를 만났다. 그는 어머니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훈련 모습을 촬영해 일본에 있는 하마다 코치에게 보내고 피드백을 받는다. 하네스 로프(피겨에서 점프 연습을 위해 사용하는 기구)를 잡아줄 사람이 마땅치 않아 쿼드러플 점프 훈련은 시도하지 못하고 있다.
피겨스케이팅 시즌은 보통 10월에 시작하는데 코로나19 여파가 계속될 경우 재개를 장담하기 어렵다. 유영은 "목표를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른다는 게 가장 힘들다"면서도 "현재 상황을 받아들이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애쓰고 있다. 새 시즌 일정이 미뤄진다면 그만큼 연기를 가다듬을 기회가 생겼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영은 새 시즌 재개 여부와 관계없이 새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그는 "쇼트는 우아하고 여성스러운 프로그램, 프리스케이팅은 중성적인 매력이 돋보이는 프로그램으로 짰다. 어서 빨리 코로나19 문제가 사라져 새 프로그램을 팬들께 보여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