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 채팅 애플리케이션(앱)에서의 '강간 상황극' 거짓말이 실제 성폭행 범행을 불러온 사건 재판 결과에 법조계 관심이 커지고 있다.

검찰이 실제 성폭행을 저지른 남성보다 거짓말로 상황극을 꾸며 애먼 여성을 피해자로 만든 남성에게 2배 넘는 형 선고를 법원에 요구해서다.

16일 검찰 등에 따르면 대전지법 형사11부(김용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주거침입 강간 교사 등 혐의로 기소된 A(29)씨에게 징역 15년, 주거침입 강간 등 혐의로 기소된 B(39)씨에게 징역 7년이 각각 구형됐다.

A씨는 지난해 8월 랜덤 채팅 앱 프로필을 '35세 여성'으로 꾸민 뒤 '강간당하고 싶은데 만나서 상황극 할 남성을 찾는다'며 올린 글에 관심을 보인 B씨에게 집 주변 원룸 주소를 일러줘, B씨가 원룸에 사는 여성을 성폭행하게끔 만든 혐의로 기소됐다.

두 남성과 피해자까지 세 사람은 서로 전혀 알지 못하는 사이였다.

A씨는 B씨가 피해자 집에 침입한 직후 원룸에 찾아가 범행 장면을 일부 훔쳐본 것으로 파악됐다.

사건 전 약 1주일 동안에는 아이디를 바꿔가며 피해자를 목표로 성폭행을 유도하는 글을 앱에 지속해서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이런 행동이 피해자 인격에 대한 고려와 존중을 찾아볼 수 없는, 인간성 경시를 드러내는 방증이라고 강조한다.

검찰 관계자는 "A씨는 익명의 탈 뒤에 숨어 인근에 혼자 사는 여성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며 "수법이 악랄하고 비인간적"이라고 비판했다.

죄의식 없이 장난처럼 여겼던 A씨에게 더 무거운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논리다.

A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B씨를) 골탕 먹이려 했을 뿐 실제 성폭행 사건으로 이어질 것으로는 예상하지 못했다"며 "피해자에게 사죄하며, 채팅 앱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살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B씨 변호인은 "A씨에게 너무나 완벽히 속아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며 "강간 상황극에 합의한 의사만 있었을 뿐 강간하려는 고의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지역 한 변호사(48)는 "채팅 앱을 매개로 한 강간교사 사건이 워낙 특이해 재판부도 유·무죄 판단과 양형에 상당한 고심을 할 것으로 보인다"며 "실제 강간 혐의 피고인보다 강간교사 혐의 피고인에게 더 무거운 형이 내려질지는 예단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 사건과 별개로 A씨는 주거지 인근에 주차된 차량에서 다른 여성의 전화번호를 알게 된 뒤 20여 차례에 걸쳐 음란 메시지를 보낸 혐의도 받고 있다.

선고는 다음 달 4일 오후 2시 내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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