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취지에 맞게 쓰기가 쉽지 않은 모양새다. 이 돈의 지급 목적은 코로나19로 인한 서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소하고 침체된 소비심리를 되살리는 데 있다. 정부가 재난지원금 사용 제한을 둔 백화점, 대형 마트, 유흥업소, 사행업소, 인터넷 쇼핑몰 등을 살펴보면 그 취지가 더욱 선명해진다. 사회적 재난을 극복하고자 마련된 이 돈을 우선적으로 중소기업·소상공인, 골목상권, 지역경제로 선순환시키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또 지자체 지원금과 달리 정부 지원금은 ‘연매출 10억 원 이하 점포’ 등의 사용처 제한도 없어서 신속하고 광범위한 소비 진작을 기대할 수도 있다. 실제 이 돈을 풀고 나서부터 동네 점포들을 찾는 서민들의 발길이 늘어났다는 말들이 나온다.

 하지만 신용·체크카드 등으로 충전받은 이 돈을 서민들이 가장 많이 찾는 전통시장에서는 쓰기가 어렵다. 전통시장 내 극소수 점포를 제외하고 대다수 상인들은 여전히 현금 거래만 하는 까닭이다. 18일부터 지역사랑상품권 등으로 긴급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고 하나, 이는 충전된 카드와 달리 상품권의 현금화(‘깡’)라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더 늦기 전에 시장상인회 차원의 발 빠른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 

 골목상권 잠식의 주범으로 상인들이 꼽던 기업형 슈퍼마켓(SSM)과 대형 마트에서의 부분적 사용 제한도 문제다. 동네 대형 마트로 친숙한 H마트나 이 기업의 슈퍼마켓인 H익스프레스 등에서 재난지원금을 쓰지 못한다면 인근에 있는 G사 슈퍼마켓을 가면 그만인 것이다. 마찬가지로 E마트를 방문해 노브랜드 제품을 사면 재난지원금 결제가 가능하다. 이유는 SSM과 대형 마트가 함께 운영되는 점포를 제한한 것이라서 별개 형태로 운영되는 G사 및 노브랜드는 제외됐다. 

 또 종합적 마트 역할을 하는 ‘가구공룡’ I사의 대형 매장 등에서 지원금 사용이 가능해 관련 업계의 반발이 거세다. I사 역시 주 업종이 가구로 분류돼 이 같은 수혜를 입었다. 백화점 밖에 있는 명품 매장에서의 지원금 결제나 성형수술 등 비급여 항목에서의 지원금 사용도 논란이다. 정부가 당초 취지에 맞게 지원금 사용 제한을 제대로 했는지 의구심이 든다. 기업이나 점포의 매출 기준을 아예 없앤 것과 업종 분류에 치우친 점 등은 남은 기간이라도 개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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