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전오 인천연구원 연구위원
권전오 인천연구원 연구위원

인천 시민사회단체는 2008년부터 몽골에 나무를 심고 있다. 몽골 사막화와 이로 인해 발생하는 황사에 의한 피해를 저감하기 위한 국제사업에 동참하는 것이다. 인천에 있는 다수의 시민단체가 연대하고, 시민들이 성금을 모아, 몽골 현지에 가서 직접 나무를 심는 사업이다. 나는 2017년에 현장을 처음 가게 됐다. 초원의 나라, 바람의 나라, 별들의 나라, 유목민의 나라, 몽골은 나의 일상과는 동떨어진 세계였다. 800여 년 전 몽골이 고려를 침공해 우리 백성들을 괴롭혔고, 급기야 강화도로 수도를 이전해야 했다거나, 아기 때 엉덩이에 몽골 반점이 있다거나, 최근에는 몽골 유학생이 증가하고 있다는 정도 외엔 몽골과 나는 인연이 없었다. 

그러기에 몽골에 나무를 심고 있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삐딱선을 탔다. ‘초원의 나라에 왜 나무를 심나, 초원을 복원해야지’하는 정도의 생각을 갖고 비행기를 탔다. 그 후로 여러 번 현지를 다니면서 이 사업에 깊이 관여하게 됐다. 그러기에 지난 3년간 현장에서 느낀 바를 정리해보고자 한다. 

먼저, 사막과 사막화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몽골 북부 토진나르스에서 소나무 숲을 멋지게 복원한 동북아산림포럼 관계자는 "토진나르스에 사업장을 열기 전에 호기롭게 진짜 사막에 가서 나무를 심었고, 보기 좋게 실패했다"고 했다. 원래 사막이었던 곳,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사막이었던 곳에 나무를 심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영역에 도전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 우리가 도전하려고 하는 곳은 산업화 이후 인간이 야기한 기후변화로 인해 사막화가 진행된 곳이고, 이곳을 녹화하려는 것이다. 그리고 사막화도 강, 약이 있을 것이다. 이 중 사막화가 심각한 지역보다는 약한 지역에서 우선 성과를 내서 교두보를 먼저 확보해야 한다. 그 다음에 사막화가 심화된 지역으로 단계별로 나아가자는 것이 나의 주장이다. 

앞에서 언급한 유목민의 나라, 초원의 나라에서 초원을 복원할 것인가, 나무를 심을 것인가에 대한 논쟁은 아직도 내 머릿속을 복잡하게 하는 이슈이다. 그러나 현장에 가보면 이 논쟁은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왜냐하면 몽골 땅이 한반도 남쪽에 사는 우리의 상상을 넘어서는 수준으로 넓고, 사막화된 면적 또한 가늠이 가지 않을 정도로 넓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도 성공할까 말까 한다는 것이다. 나무에 전문성과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나무를 심고, 초원 복원에 전문성과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초원을 복원하면 된다. 그렇게 각자가 현장에서 성과를 내면 된다. 나는 초원을 복원하는 전문가가 아니다. 그렇다고 산림 조성에 정통한 전문가도 아니다. 다만 산림생태학의 일면을 접했을 뿐이다. 그러기에 ‘몽골 인천 희망의 숲’ 조성을 위한 현재까지 논의된 방법을 정리해보고 널리 도움을 구하고자 한다. 

몽골에서 나무를 심으려면 무엇을 고려해야 할 것인가? 수종 선정, 우수한 묘목 확보 등 아주 많은 요소가 있다. 이러한 요소들을 하나씩 살펴보기로 하자. 첫째, 수종 선정이다. 나무를 심기로 했으니 수종 선정을 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벌거벗은 산을 녹화할 때 아까시나무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래서 현지에 아까시나무를 심으라고 한 분도 있었다. 그러나 몽골 입장에서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 그리고 어떤 외래종이 그 나라에 맞는지를 연구하려면 임업 관련 연구원을 만들어야 할 상황이었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현지에 살아있는 종을 찾아보기로 했다. 

울란바토르시는 해발고도 1천300m, 위도 47도로, 대한민국보다 해발고도가 높고 북쪽에 위치하고 있다. 해발고도와 위도가 높을수록 온도는 떨어진다. 그리고 주지하다시피 강수량은 적다. 그러므로 숲이 될 수 있는 큰 나무로 성장할 수 있는 수종은 많지 않다. 소나무, 잎갈나무, 잣나무, 자작나무, 비술나무, 포플러 정도뿐이었다. 이 중 자작나무는 사람들에게 치명적인 벌레가 있다고 현지인들이 굳이 빼자고 해서 뺐다. 그리고 포플러는 물을 많이 필요로 하기 때문에 뺐다. 그러고 나니 큰 나무는 몇 종이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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