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전오 인천연구원 연구위원
권전오 인천연구원 연구위원

둘째, 튼튼한 묘목 확보는 나무심기의 기본이다. 우리가 원하는 수종, 원하는 물량의 묘목을 확보할 수 있는가? 현지 여건은 녹녹지 않다. 우리가 나무를 심을 때는 주로 봄이다. 상록수는 그렇지 않겠지만 낙엽수 묘목은 이른 봄에 이파리가 하나도 없다. 나무 꼬챙이처럼 생긴 묘목을 심을 때면 이 묘목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건실한 묘인지 알기가 어렵다. 그리고 묘목 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해 묘목을 구하는 비용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현지에 양묘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양묘장을 만들고, 현장에 심을 수 있는 양호한 묘목을 생산하는데는 몇 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건실한 묘목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그리고 양묘장에서 묘목이 생산될 때까지는 현지에서 확보 가능한 작은 키 나무를 심기로 계획했다. 그렇기 때문에 양묘장 조성과 양묘 기술을 축적하는 것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당면과제가 됐다. 

셋째, 물이 없으면 사업은 불가능하다. 간혹 뉴스에서 보면, 사막에 비가 갑자기 많이 내려 꽃밭이 된 사진을 보게 된다. 사막에 비가 내리면, 그것도 지속적으로 비가 온다면 사막은 사막이 아닌 옥토가 될지 모른다. 사막에서 가장 중요한 환경인자는 물이다. 물만 있다면 사막에서도 관개농업이 가능하다. 요즘은 주춤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 사막에서 관정을 파서 농사를 짓고 있다고 한다. 몽골은 강수량이 줄어 사막화가 되고 있는데, 다행히 지하수는 나름 풍부한 것으로 보인다. 지하수를 너무 많이 이용하게 되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다른 나라 사례에서는 지하수를 퍼내서 논농사를 짓거나 공장 용수로 사용해 지하수가 고갈되는 문제가 발생했다고 한다. 

그러나 몽골은 그럴 가능성이 낮기에 나무에 물을 주는 수준의 지하수 이용은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물 문제는 관정을 파서 해결하면 쉽게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여기에도 변수가 있다. 그 넓은 땅에 심어진 그 많은 나무에 일일이 물을 주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현장에 대형 물탱크를 설치했다. 그리고 이 물을 작은 차량에 옮겨 싣고 나무 한 그루 한 그루에 물을 주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차량이 없어, 임대해서 사용하는 등 어려움이 있지만, 조만간 차량을 구매하게 되면 현장에서의 노동 강도는 현저히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넷째, 토양문제다. 토양 여건에 맞는 나무를 선택하면 문제가 없지 않냐라고 쉽게 이야기할 수 있다. 하지만 토성(토양의 성질, 점토인지 모래토양인지 등)과 나무의 궁합에 대한 명확한 정보가 없다. 그리고 앞에서 수종이 다양하지 않다고 했는데 토성과의 관계를 다시 따지면 가용한 수종은 거의 남지 않을 수 있다. 게다가 토성은 바꿀 수 없다는 기본적인 문제도 있다. 우리 대상지의 토성은 점질토인 것으로 보인다. 아직 전면적인 토성조사 전이지만 점질토가 산 하부에 많다면 소나무를 심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대상지 전체에 대한 토성도면을 그리게 되면 현재 갖고 있는 식재계획 도면은 다시 작성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다섯째, 인위적인 훼손이다. 몽골에서는 땅에 대한 소유권이나 관리권을 확보하게 되면 제일 먼저 울타리를 친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4㎞에 달하는 울타리를 치지 않을 수 없었다. 나중에 보니 관리권의 표현인 동시에 가축들이 식재지 내부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성이 돼 주었다. 초원에는 말, 소, 양, 염소들이 언제, 어디나 다닌다. 심지어 높은 산꼭대기까지 올라가는 듯, 먼 산 중턱에도 가축들이 보인다. 풀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가축들은 돌아다니고 누구도 그들의 이동을 막을 수 없다. 우리 사업 대상지 울타리 밖에 있는 풀은 고성능 제초기로 바싹 깎은 듯 깔끔하다. 가축들이 앞니로 최대한 짧게 잘라 먹는 것 같다. 

그런데 울타리 안은 누구도 풀을 뜯지 못한다. 소와 말들의 입장에서는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울타리 안에 풀이 무성한데 들어가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유목민들은 감시가 소홀하면 울타리 안으로 양들을 한 마리, 두 마리 넘겨 본다거나 과감하게 울타리를 훼손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 현장에서는 24시간 울타리를 지키는 할아버지가 상주해야 하는 고통이 따른다(아무도 없는 초원에서 혼자 지내시는 할아버지 입장을 한번 생각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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