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지원금, 명과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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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지원금, 명과 암
김준우 인천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 기호일보
  • 승인 2020.05.28
  • 1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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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우 인천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김준우 인천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코로나19 사태 이후 세간의 큰 이슈는 단연코 재난지원금이다. 적지 않은 금액인 데다 그냥 쓰라고 준 돈이니 좋기는 한데 뭔가 찜찜하다. 정부는 필요 예산 12조2천억 원 중 기 예산 예컨대 국방예산 등에서 돌려 충당하고 부족분 3천억 원을 국채로 발행한다고 한다. 결국 정부가 필요한 것을 안하고 일부는 세금으로 물릴 것이기에 쓸 때 쓰더라도 불거진 이슈들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재난지원금은 그 취지가 코로나와 같은 재난을 당해 생계가 막막한 계층에 재정적 지원을 하여 소비를 진작시키고 상공인에게는 시장퇴출을 막아 국가 경제를 유지하는데 있다. 만약 기업이나 상공인들이 시장에서 퇴출되면 재난이 지나간 이후 국가 경제를 전과 같이 회복하는데 더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들기 때문이다. 즉 병원에서 흔히 맞는 링거주사와 같은 요법이다. 

문제는 이러한 지원금을 포함한 정부 혜택이 공짜가 아니라는 것이다. 지원금으로 나간 것은 다시 세금 혹은 국채를 발행해 회수하게 되는데 세금은 현 세대에, 그리고 국채 발행이나 해외 차관을 이용하는 것은 미래 세대의 부담이 된다. 쉽게 말해 빚이다. 또한 시장에 뿌려진 지원금은 이후 통화팽창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요인이 돼 물가가 오르게 되고 이것이 경기 불안 요인이 된다. 정부 입장에서 풍부해진 통화 유동성을 회수해야 하는 데 자칫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막상 회수 정책을 쓰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당장 회수를 하지 않는다면 물가는 올라가고 후대의 부담(국가 채무)은 점차 커지게 된다. 국내 재정적자는 기획재정부가 발간한 ‘월간 재정 동향 2019년 11월호’에 따르면, 9월까지 재정수지는 57조 원 적자를 기록했다. 재정수지는 2011년 1월 이래 가장 큰 적자를 냈는데, 누적된 국가 채무는 급격히 증가해 2020년에는 800조 원, 2023년에는 1천61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23년에 국민 한 사람당 대략 2천만 원의 빚을 안게 되는 셈이다. 지원금과 같은 정부 혜택의 특성 중에 다른 하나는 중독성이 강하다는 것이다. 일반 복지가 그렇듯 한번 시작한 것은 줄이기 어렵다. 정부가 조금이라도 혜택을 줄이려고 하면 국민들이 참지 못할 것이고 정부가 이들에 영합하려면 더 많은 지원금과 혜택을 만들어 내야만 한다. 이같이 지원금과 각종 혜택을 점차 늘이게 되면 재정적자는 늘어나서 종국에는 정부 재정이 파탄에 이르게 된다. 특히 생산 계층도 이러한 혜택을 바라고 생산을 멈추게 되면 결국 생산력 감소로 이어져 급기야 디폴트(국가 부도)와 같은 끔찍한 사태가 벌어진다. 

그러나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포퓰리즘 수단으로 쉽게 이용된다는 점이다. 돈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기에 권력의 실정(失政)이 쉽게 묻힐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당장 회수 부담도 없기 때문에 표를 얻기 위해서는 이처럼 매력적인 정책이 없는 것이다. 최근 복지정책을 남발하다 결국 난민국이 된 남미 베네수엘라나 유럽 그리스에서 디폴트 실례를 볼 수 있다. 복지정책이 극단으로 가면 결국 사회주의나 공산주의화 되기 마련이다. 그곳은 주지하다시피 사유재산도 없고 배급체제로 모든 것을 공유하는 그런 세상이다. 지원금이 갖는 또 다른 문제는 의존성을 갖게 한다는 것이다. 지원금을 남발하다 보면 예기치 못한 결과를 왕왕 갖는다. 미국에서는 인디언과 극빈자에게 지급하는 생활지원금이 있다. 이러한 지원금의 특징은 어느 정도 소득을 갖게 되면 지원층에서 제외되므로 일하기보다는 지원금을 선택해 무위도식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자칫 국민들의 정부 혜택 의존성을 높여 나태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물론 잘만 운용하면 큰 득이 된다. 지원금 취지대로 재난을 극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평상시 같으면 어려운 산업 구조조정을 쉽게 할 수 있다. 경쟁력 없는 좀비 기업을 쉽게 솎아 내고 미래 기업을 중점 지원함으로써 산업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예컨대 유럽 아일랜드가 극심한 금융위기를 겪을 때 정보통신 산업에 집중 투자함으로써 지금은 핀테크(fintech)의 메카가 된 것이 좋은 본보기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을 펴기 위해서는 산업구조에 대한 구체적인 안을 미리 갖고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지원금 정책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지출이 있다면 반드시 여기에 대한 회수 계획이 있어야만 한다. 경제 침체를 우려해서 회수를 늦추거나 기피한다면 시장에 유동성이 커져 집값을 비롯한 물가의 폭등이 귀결된다. 만약 국제경기 불황으로 구매력까지 떨어지면 경제는 그야말로 스태그플레이션의 공황 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 따라서 이러한 지원금은 먼저 목적이 뚜렷해야 하고 명확한 기준과 적용 기한을 둬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정부 지원금이나 혜택은 마약(痲藥)과 같다.  마약과 같이 적당한 선에서는 약이 될 수 있지만 과하면 독이 되고 약하면 별 효력이 없게 된다.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재난에 수요를 진작시키는 차원에서 재난지원금은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이를 독이 아닌 약으로서 활용하는 것은 결국 우리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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