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고등법원 수원지방법원.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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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에서 지인을 폭행해 숨지게 한 남성들이 법원에서 폭행치사가 아닌 폭행 혐의만 인정받았다.

수원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김미경)는 폭행치사 혐의로 기소된 김모(40)씨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1년을, 폭행 혐의로 기소된 이모(40)씨에게 벌금 200만 원을 각각 선고했다고 31일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김 씨 등은 지난해 1월 멕시코 노에보레온주 지역의 한 주점에서 술을 마시던 중 만취한 한인 태권도사범인 A(34)씨를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서로 알고 지내던 사이로, 같이 술을 마시던 중 A씨가 주점 직원들과 서비스 문제로 다투자 말리는 과정에서 A씨의 뺨을 때리는 등 폭행했고, 곧 인근 병원으로 옮겨진 A씨는 치료를 받던 중 숨졌다.

이후 멕시코 수사당국이 A씨에 대해 부검을 실시한 뒤 별다른 외상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사인을 ‘비외상성 지주막하출혈(뇌출혈)’, 즉 자연사로 결론을 내리자 A씨의 유족이 현지 수사 및 부검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멕시코에서 억울하게 죽은 저의 남편을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면서 국내에 알려졌다.

이에 따라 수사에 나선 한국 경찰은 한 직장의 주재원으로 수년 전부터 멕시코에 체류 중이던 김 씨와 영주권을 따고 20년 가까이 멕시코에 거주하던 이 씨의 동의를 얻어 국내로 소환해 조사를 진행하는 한편, 멕시코에서 넘겨받은 A씨의 장기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부검해 A씨의 사인을 ‘외상성 뇌출혈’로 결론 내렸다.

검찰은 이 같은 내용을 토대로 김 씨에게 폭행치사 혐의를, 이 씨에게 폭행 혐의를 각각 적용해 재판에 넘겼지만 법원은 가해자의 폭행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를 들어 폭행 혐의만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멕시코에서 진행된 1차 부검으로 인해 시신에 인위적 변형이 가해진 후 2차 부검이 이뤄진 사정을 볼 때 국과수의 부검 감정서는 2차 부검의 결과물이라는 내재적 한계가 있다"며 "A씨의 사인을 외상성 뇌출혈이라고 보더라도 피고인들의 폭행과 인과관계가 없거나 사망 결과에 대한 예견 가능성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은 1심 판결에 불복해 즉각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전승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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