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트럼프 대통령이 "홍콩 특별 대우를 철폐하는 절차를 시작하도록 행정부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자신의 정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 문제엔 무심한 성격인지라 어디까지 갈 지는 확실치 않다. 코로나19 창궐과 경기위축, 경찰 과잉제압으로 인한 시위·폭동 등 국내 여건도 좋지 않다. 하지만 미 정치권이 한목소리로 중국에 대한 규탄 및 강경노선을 분명히 하고 있어 대충 무마될 가능성도 낮아 보인다. 발단은 28일 중국 전국인민대표자대회(전인대)의 ‘홍콩 보안법 관련 결정’에서 시작됐다. 이날 전인대는 홍콩 내 국가안보와 관련한 법률 체계를 (홍콩 의회를 거치지 않고) 직접 만들겠다고 결의했다. 사회주의 체제와 자유시장경제라는 모순 속에서 공존과 번영을 가능케 한 ‘일국양제’ 원칙을 휴지조각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이번 선택이 더욱 충격적인 건 홍콩의 운명이 홍콩 시민이 아닌 대륙의 외부 정치인들에 의해 결정됐다는 점이다. 자유·인권·법치 같은 보편적 가치가 순식간에 파괴된 것을 지켜본 전 세계 투자자들의 향후 선택이 어떨지는 불문가지일 것이다. 금융·물류 중심지로서의 위상을 잃는 건 물론이고 기업·자본·인력까지 대거 이탈하는 ‘경제적 재난’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충격파도 홍콩 하나만으로 끝나진 않을 것이다. 

특히 한국경제가 겪을 충격은 가늠조차 하기 어렵다. 우리나라 무역의존도(작년 기준 95.3%)는 일본(31%), 미국(54%), 중국(51%)에 비해 월등히 높다. 미·중 수출 비중도 총수출의 ⅓이 넘는다. 타격이 클 수밖에 없는 이유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게 이런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뾰족한 수도 없다. 우리처럼 미·중의 경제 수혜를 동시에 누리는 상황에선 쾌도난마식 대응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어느 한쪽으로의 일방적 선택은 반대쪽으로부터 그만큼의 보복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안미경중, 등거리 외교, 전략적 모호’ 같은 양다리 정책이 통할 순 없다. 나라의 생존과 번영을 담보할 최종 선택지와 그에 따른 부작용 최소화 방책을 강구해야 한다. ‘양강 공존’ 구도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조용히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중국에 과도하게 집중된 수출·생산기지·수입선부터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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