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희 인천문인협회이사
최영희 인천문인협회이사

만화책 속 한 장면처럼 세상 사람들은 마스크 맨이 됐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사회를 경험하게 될 거라더니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초유의 마스크 시대가 오고 말았다.

코로나19 때문이다. 사회활동이 멈추고 세상은 팬데믹으로 공포에 휩싸였다. 경제활동이 원활하지 못하니 연쇄적으로 생업이 어려워지고 생활 위기에 빠진 사람들이 늘어나 급기야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에 이르렀다.

이 또한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일이다. 세대별 100만 원의 재난지원금이 얼마만큼 생활 안정과 경제활기를 불러올지는 알 수 없다. 위로 차원의 지원금으로 봐야 할 것이다. 

코로나 관련 재난지원금을 반대하는 입장보다는 찬성하는 입장이 많은 듯하다. 그만큼 살기 어려워지고 시장경제가 침체됐다는 뜻일 것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나라경제가 위태롭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며 여기저기 한숨이 터져 나온다. 재난지원금은 경제가 바닥을 향해 가는 기로에서 임시방편에 불과한 일이다. 일시적 재난지원금을 사용한다고 해서 시장경제가 얼마나 크게 움직일까? 효과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가구별 지급된 지원금은 생활비 성격이다. 기존의 생활 소비를 넘어선 추가 사용이 됐을 때 효과가 있다고 본다. 지원금을 사용하는 만큼 기존의 생활비 지출이 줄어들고 기존에 쓰던 생활비를 대체하는 역할 정도가 될 것이다.

지원금만큼 추가로 더 쓰는 게 아니란 말이다. 단지, 사용처를 소규모 점포나 재래시장 등으로 한정했기 때문에 열악한 환경의 소규모 시장경제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반대로 다른 쪽 시장경제는 풍선효과처럼 약해질 수 있다. 사용 기간만큼은 대형시장보다 소규모시장으로 소비가 이동할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경제 활성화를 통한 경제회복이 급선무다. 임시방편적인 지원으로는 어려운 국면을 극복할 수 없다. 경제가 이대로 무너져 그동안 이룩한 한강의 기적이 물거품 된다면 나라가 어찌 되겠는가? 심각성을 깨달아야 한다.

경제뿐 아니라 또 다른 심각성이 도사리고 있다. 요즘 국민연금이 고갈되고 보험업계가 불안정하다고 걱정이 크다. 평생 월급생활을 하던 직장인들이 노후를 위해 꼬박꼬박 모아둔 연금과 보험이 위태롭다는 것이다. 그를 대체하고 위기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국가적 시스템이 요구된다.

우리나라의 가장 시급한 문제 중 하나는 고령사회로 인한 노년층의 삶이다. 보통 60세 전후로 직장에서 은퇴한다. 100세 시대를 감안한다면 젊은 시절 사회활동을 해온 만큼 노후의 삶을 무력하게 살아야 한다. 경제활동을 할 수 없는 노년을 위해 생활지원금 형태의 국가 지원금 시스템이 절실히 요구되는 사회가 됐다. 

이번 지급된 재난지원금을 놓고 포퓰리즘이라는 비난도 있지만 일부에서는 지원금을 일상화해 전 국민에게 매달 10만 원씩 주자는 제안도 나왔다. 이는 표를 의식한 정치적 발상으로 보여진다. 근래 들어 새로운 제안들에는 18세 이상 전 국민이라는 단서가 자주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평등이라고 주장한다면 대단한 오류다.

평등은 바둑판처럼 균등하게 나누는 것이 아니다. 기회를 균등하게 주는 것이다. 차이를 인정하는 가운데 합리적인 구별을 인정해야 형평성에 맞는 평등이 될 수 있다. 

지원금 문제는 앞으로도 화두가 될 것이다. 무기력한 노년층이 늘어나고 세상이 급변하는 가운데 지구 환경이나 세계 정세가 점점 나빠지면서 여러 가지 재난이 일상적으로 반복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장기적 차원에서 국가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고 대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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