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신 농협대학교 부총장
이선신 농협대학교 부총장

"학업성적 우수자가 사회에서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 말은 대체로 타당하다. 왜냐하면, 사회에서 성공하는 데에는 ‘학업성적’ 외에도 ‘인간관계’, ‘행운’ 등 여러 가지 요인들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업성적 우수자를 사회적으로 우대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학업성적 우수자는 사회적 책무를 수행하는 데에도 우수한 성적을 거둘 가능성이 꽤 크기 때문이다. 몇 가지 이유를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학업성적 우수자는 ‘지적 능력’과 ‘문제해결 능력’이 뛰어나다. 무엇이 문제인지를 파악하고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데 뛰어난 능력을 소지하고 있다. 둘째, 학업성적 우수자는 ‘성실성’과 ‘인내력’이 뛰어나다. 성실함과 꾸준함 특히 내외적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려는 결의와 실천이 수반되지 않으면 학업성적을 잘 받을 수 없다. 셋째, 학업성적 우수자는 ‘성취동기’와 ‘집중력’이 뛰어나다. 강한 목표의식을 갖고 집중해서 자신의 과업을 수행해 나간다. 넷째, 학업성적 우수자는 ‘합리적 판단 능력’과 ‘소통·이해·배려능력’이 뛰어나다. 왜냐하면 그들은 대개 상황판단 능력이 뛰어난 ‘똑똑한(smart)’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다섯째, 학업성적 우수자는 ‘자신감’이 있다. 열심히 노력한 결과 우수한 학업성적을 얻어 본 경험이 있으므로 ‘하면 된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투철하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학업성적 우수자를 사회적으로 우대해야 할 이유는 차고도 넘친다. 그런데, 때로는 학업성적 우수자들이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지나친 이기심’, ‘자기만 잘낫다고 하는 자만감’ 등이 그 원인이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우수한 학업성적을 얻어내는 과정에서 ‘인성(人性)’을 망친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이다. 공부 잘하는 사람 중에는 ‘사회성’이 떨어지는 사람도 있다. IQ보다 EQ가 중요하다는 말도 있다. 그래서 가정과 학교에서는 학업성적 우수자들에게 자신의 부와 명예 성취뿐만 아니라 사회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는 지식인의 윤리적 책무를 강조해야 하고, 균형감 있는 판단능력과공감능력, 정서를 갖도록 고무해야 한다. 

그리고 학업성적 우수자들이 그들의 ‘재능’을 사회발전을 위해 올바로 활용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지원해야 한다. 빌게이츠 등의 사례에서 보듯이 한 사람의 우수한 인재가 수만 개 이상 일자리를 만들 수도 있고 엄청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기도 한다. 학업성적 우수자를 칭찬하고 우대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거꾸로 가는 경우도 많다. 최근 입시·채용비리를 예방하겠다는 취지하에 ‘블라인드 입시’, ‘블라인드 채용’이 유행하는데 좀 지나친 점이 있다. 출신학교, 학업성적, 과거이력 등을 전혀 고려하지 말고 ‘깜깜이’로 진행하라는 것은 학교의 우수학생 선발권과 기업의 우수직원 선발권을 제약하는 법적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학교와 기업의 자율 침해). 그러므로, 지나치게 ‘블라인드’를 강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학업성적 우수자들이 우대는커녕 오히려 역차별을 당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학업우수자들 개인에게 피해가 갈 뿐 아니라 사회적·국가적으로도 큰 손해를 입게 된다.

아무튼 학업성적 우수자를 사회적으로 우대해야 할 이유는 분명하다. ‘얄팍한 요령과 술수’, ‘연줄과 빽’, ‘반칙’ 등을 일삼는 모사꾼들이 성공하는 사회는 분명 공정한 사회가 아니다. ‘진정한 실력’과 ‘성실성’을 지닌 학업우수자들이 사회적으로 더 많이 더 크게 성공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가 자녀들에게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라고 말할 분명한 명분을 찾을 수 있다.

현재 각급 학교에서 코로나19 상황 때문에 비대면 수업방식이 진행되고 있는데, 학기말이 다가오자 기말고사 등 평가를 어떻게 시행하고 성적을 어떻게 매길 것인지 고민스럽지 않을 수 없다. 인하대, 연세대, 한양대, 건국대 등 일부 학교의 평가과정에서 ‘집단 커닝’ 등 부정행위가 발생해 많은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성적’을 잘 받으려는 태도가 실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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