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예측 불가능한 일이 참 많다. 하지만 예측 가능한 일이 기대를 벗어날 때는 실망감과 허탈함에 상처를 받기도 한다. 결과에 대한 이유가 명확하지 않을 때는 더 그렇다. 최근 인천대의 총장 후보 선출 결과가 딱 그 꼴이다. 인천대 총장 최종 후보자에 대해서는 상식을 가진 이들이라면 누구나 예측할 수 있었다. 단지 1위와 2위 중에서 누가 최종적으로 낙점되느냐 문제였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인천대 이사회가 2천여 명의 학교 구성원이 참여한 후보선출 투표에서 최종 3위를 받은 무역학부 이찬근 교수를 제3대 총장 후보로 낙점하면서 혼란이 일고 있다. 

인천대는 지난달 7일 1천700여 명의 학생과 360여 명의 조교 및 교직원, 490명의 교수, 9명의 동문 등 2천여 명의 학교 구성원이 직접 투표를 통해 총 5명 후보 중 3명의 후보를 압축해 이사회에 추천했다. 이때까지 순위는 1위 최계운 명예교수, 2위 박인호 명예교수 그리고 이찬근 교수는 3위를 차지했다. 이 같은 학교 구성원들의 총의에도 이사회는 어느 누구도 예상 못한 3위의 이찬근 교수를 차기 총장후보로 낙점해 정부에 재가를 요청했다. 어쩌면 3위 후보자가 1위와 2위를 누르고 최종 후보로 결정된 것은 대한민국 대학 총장 선거에서 전무후무한 사태일 것이다. 이에 대해 교수와 동문 등 학교 구성원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고 또 이 같은 반발은 민주사회에서 당연한 표현이기도 하다. 이들은 이사회가 1위와 2위 후보를 물리치고 3위 후보를 낙점할 수밖에 없었던 분명한 이유가 무엇인지 밝힐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사회 구성원들은 자신들의 행위가 법적으로 문제가 없었다고 항변할지 모르겠다. 사실 그들의 결정이 법을 위반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 있다. 법과 질서를 내세울 때가 있고, 결과의 당위성을 분명히 밝힐 때가 있다. 지금은 그러한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던 부분을 학교 구성원들에게 차분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할 때다. 그럴 용기가 없다면 이사회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 

벌써부터 이사회와 관련된 여러 가지 억측들이 떠돌아다닌다.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도 중요하다. 과정의 투명성이 결과의 당위성을 얻는 것이다. 불필요한 오해와 분란을 해소하는 길은 제기된 의혹을 해소하는 것이다. 이사회가 학교 구성원 위에 군림하는 존재가 아니라면 반드시 해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그게 대학과 사회를 위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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