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재웅 변호사
한재웅 변호사

민주당이 당론에 반해 공수처법 표결에 기권한 금태섭 전 의원을 징계해 논란이 되고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징계가 헌법과 법률에 위배될 가능성이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번 사건은 국회의원의 자유위임과 정당기속이 충돌하는 문제로서 어느 쪽을 강조하는지에 따라서 법률적 입장이 다를 수 있다. 다만, 합법성 논란과는 상관없이 177석을 가진 초거대 정당이 된 민주당이 소신 투표를 한 소속 의원을 징계하는 것이 정당한지 의문이 든다.

국회의원은 자신을 선출한 선거구민이나 정당, 이익단체 등의 특수이익을 초월해 전체 국민의 이익을 위해 일체의 법적기속에 구속되지 않고 양심에 따라서 직무를 행하도록 보장돼 있다. 다른 한편으로 국회의원은 소속 정당의 일원으로서 국민의 선택을 받고 당선 후에는 정당의 강령에 정책에 기반해 활동한다. 전자를 자유위임이라고 하며 후자를 정당기속이라고 하는데 모두 헌법과 법률에 근거가 있다. 자유위임과 정당기속은 어느 한쪽이 다른 쪽을 배제할 정도로 일방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른 나라도 각 나라의 정치 상황에 따라서 강조하는 측면이 다르다고 해석된다. 

오래전이지만 한나라당 김홍신 의원이 당론에 반대해 상임위에서 강제 사임된 사건이 헌법재판소에서 다루어진 일이 있었다. 이 사건에서 헌법재판소의 다수 의견은 자유위임이 정당기속에 위반하는 정치활동을 한 소속 국회의원에게 "정당 내부의 사실상의 강제"나 "정당으로부터의 제명"을 불가능하게 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반대의견은 자유위임과 정당기속이 충돌할 경우 자유위임을 우선해야 한다고 명시적으로 판단했다. 국회 내부의 문제에 대해서는 사법부는 권력분립 원칙과 국회의 자율성을 고려해 법적 통제를 소극적 기준에 따라서 하는 경향이 있다. 이 사건의 다수 의견은 이런 입장에서 국회의 자율적 제재를 최대한 존중하는 입장에서 판단했다.

민주주의의 주요한 원칙은 다수결의 원칙이지만 다수결의 원칙은 ‘다수에 의한 지배’, ‘다수에 의한 독재’로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소수의견에 대한 보호와 배려는 민주주의의 필수적 요소이다. 자유위임과 정당기속의 관계에서 본다면, 만일 국가의 정당구조가 다양한 정당이 각 계층이나 집단을 대표해 활동할 수 있는 구조라면 합리적인 소수 의견이 정당을 통해 발현되기 쉽다. 반면, 양당제와 같은 거대 정당구조라면 정당을 통해서 소수 의견이 힘을 얻기란 쉽지 않다. 거대정당이라고 하더라도 정당 내부의 민주주의가 확고히 자리 잡았다면 다양한 의견이 자유롭게 정당 내부에서 검증될 수 있으나 그렇지 않은 경우 소수 의견은 항상 소외될 수밖에 없다. 이런 측면에서 거대 정당 구조이며 당내 민주주의가 완벽하지 않다면 가능한 국회의원의 자유 위임을 우선해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나라는 진보와 보수를 대표하는 양당의 영향력을 고려하면 사실상 양당제 국가로 보아야 한다. 소수정당을 보호하고 국민들의 의사를 정확하게 전달한다는 취지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됐으나 위성정당이라는 희대의 꼼수로 소수정당이 설 자리는 오히려 더욱 좁아졌다. 또, 여전히 유력정치인을 중심으로 한 계파 정치의 유산이 남아 있어 정당의 정책이 자유로운 토론과 협력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믿을 수 있을 정도로 당내 민주주의가 성숙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런 상황이라면 정당 소속 국회의원이라고 하더라도 당론에 따를 것을 지나치게 강요하기보다는 자신의 소신대로 활동하는 것을 보호하고 권장해 주는 것이 민주주적인 태도이다. 

금태섭 의원은 당내 경선에서 패해 이미 정당 내부에서 정치적 책임은 진 것으로 봐야 한다. 이번 민주당 징계는 매우 아쉬운 조치이다. 우리가 재벌 내부의 지배구조와 시장 독점을 비판하고 견제하는 이유를 생각해 보자. 시장경제에서도 "다수에 의한 지배"가 심한 부작용을 낳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정치영역에서는 더욱 민주적 태도가 필요하다. 민주당은 총선에서 압승을 거둬 높은 국민적 지지와 함께 무거운 정치적 책임도 지게 됐다. 정당이 국민의 의사를 올바르게 전달하는 정치적 도관(道管)으로서 기능을 정확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관용과 배려의 자세를 갖춰야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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