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이 오르면서 초여름의 냄새가 한껏 올라오고 있다. 봄이 되면 벚꽃의 계절이 다가왔음을 느끼곤 하지만 여름이 무궁화의 계절이라는 사실은 미처 알지 못하고 지나칠 때가 많다.

 그런데 무궁화는 왜 우리 민족을 상징하는 꽃이 됐을까.

 자료를 찾아보더라도 명확하게 무궁화가 우리나라의 국화(國花)가 된 원인을 설명해 주는 내용을 찾을 수 없다. 태극기와 애국가는 법령으로 각각 국기와 국가로 지정돼 있지만 이와 달리 무궁화는 법령으로도 국화로 지정돼 있지 않다.

 우리나라가 무궁화의 원산지로 오래전부터 계층에 관계없이 국민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아오면서 자연스럽게 국화로 삼게됐다는 설이 그나마 국화로서의 무궁화를 뒷받침하는 내용이다.

 누군가의 지시나 사회지도층이 지정해서가 아니라 대중(大衆)으로부터 오랜 기간 사랑을 받아 무궁화가 국화가 됐다는 점은 무척이나 신선한 내용이 아닐 수 없다.

 여의도 윤중로에 심어져 있는 벚꽃이 일제가 대한제국의 근간을 해치기 위해 창경궁에 심었던 것을 옮겨 식재한 것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생각하면 매년 봄마다 여의도로 몰려드는 상춘객들의 모습이 못내 씁쓸하다.

 이제 무궁화의 계절이 다가온 만큼 사람들의 발길이 잘 닿지 않는 곳에 피어있는 무궁화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고맙게도 벚꽃처럼 순식간에 폈다 떨어지지도 않는다. 

 약 100일 동안 꽃이 피고 지고를 반복한다 하니 여유로운 마음을 갖고 감염의 위험이 적은 야외에서 무궁화를 찾아보는 것도 코로나19로 지친 일상을 달래는 시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가평 아침고요수목원에서 지난해 개최됐던 무궁화축제 행사가 올해는 중단됐지만 그곳의 동산에서는 여전히 45종의 무궁화 군락을 볼 수 있다.

 무궁화는 새벽에 꽃을 피웠다가도 오후 들어서는 오므라들기 때문에 제대로 된 무궁화를 감상하기 위해서는 오전에 보는 것이 좋다고 한다.

   <정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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