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시간
105분 / 미스터리 / 15세 관람가
 
"나를 규정하고 있는 존재는 과연 누구일까?"

영화 ‘사라진 시간’은 타인에 의해 규정되는 ‘나’만이 남은 존재가 겪는 감정과 실존에 관한 질문을 그린 미스터리 영화다.

배우 정진영의 감독 데뷔작이기도 한 이 영화는 의문의 화재 사건을 수사하던 형사 ‘형구(조진웅 분)’가 자신이 믿었던 모든 것이 사라지는 충격적인 상황과 마주하면서 자신의 삶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어느 한적한 소도시 외곽의 시골 마을. 이 마을에 전입 온 젊은 부부 ‘수혁(배수빈)’과 ‘이영(차수연)’에게는 한 가지 비밀이 있다. 이를 우연히 알게 된 ‘해균(정해균)’으로 인해 마을 전체에 이들 부부의 비밀이 알려지게 되고, 부부는 의문의 화재 사고로 사망한다. 

이 사건을 수사하던 형사 형구는 마을 주민들의 수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단서를 추적한다. 형구는 의심을 품고 있던 마을 주민들에게서 실토를 받아냈지만, 그들이 권한 술을 잔뜩 마시곤 취해 잠이 든다. 

다음 날 아침, 형구는 죽은 교사 부부의 집에서 깨어난다. 하지만 얼마 뒤 그는 하루아침에 자신의 삶이 송두리째 뒤바뀌어 버린 것을 알게 된다. 집도, 직업도, 가족도, 모든 것을 잃어버린 형구는 형사에서 갑자기 시골 학교 선생님이 돼 버린다. 나는 누구이며, 내가 아는 나 자신이 맞는지 자신조차도 의심스러운 상황에 처한다.

이 영화는 존재나 실존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를 고민하고 질문하게 만든다. 타인이 규정하는 나와 내가 규정하는 나 사이의 간극, 그 간극이 주는 당혹감과 공허함에 관해 생각하게 한다. 

영화 ‘사라진 시간’은 낯섦으로 가득하다. 기존 대중영화들이 가진 형식과 미덕을 고의적으로 빗겨갔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장르적 경계가 모호할 뿐만 아니라 명쾌한 결말을 관객에게 보여 주지 않는다.

극 중 형구의 아내 ‘지현(신동미)’은 화재 사건을 수사하는 형구에게 "소설 쓰지 말고 보이는 것만 따라가"라고 말한다. 그 후 형구에게 벌어진 일들, 그리고 그가 변화한 상황을 받아들이는 과정은 정말 ‘보이는 것만 따라가’야 하게 됐다. 이는 관객도 마찬가지다. 

주인공 형구로 분한 배우 조진웅은 하루아침에 삶이 사라진 형구의 복잡한 감정을 매우 섬세하게 표현했다. 

영화 ‘사라진 시간’은 18일 개봉한다.  

우제성 기자 wjs@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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