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가 지역경제와 산업 발전을 위해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는 ‘손톱 밑 가시’로 불리는 규제를 개선해 주목을 받고 있다.

벤처기업 인증 유효기간을 3년으로 늘리고, 드론 직접생산 기준 인력에 대표자도 포함시키는 등 기업이 성장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는 숨은 규제에 대해 합리적으로 개선점을 찾아 지역 기업인과 산업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전국 최대 규모의 기초자치단체인 수원시가 글로벌 기업 ‘삼성전자’와 건실한 중소기업이 모여 있는 ‘델타플렉스’는 물론 미래 산업을 이끌어 나갈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중무장한 벤처회사,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보이고 있는 영세 기업을 위해 어떠한 규제 혁신에 나서는지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염태영 시장이 수원델타플렉스 현장을 방문해 기업의 문제점을 듣고 있다.
염태영 시장이 수원델타플렉스 현장을 방문해 기업의 문제점을 듣고 있다.

# 벤처기업 인증 유효기간 3년으로 늘려

시는 찾아가는 규제 개선 활동을 통해 벤처기업 인증기간을 3년으로 늘리는 개선을 이끌어 냈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높은 성장 가능성을 가진 벤처기업은 정부의 지원을 받기 위해선 벤처기업 확인서를 통해 인증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확인서의 유효기간은 2년에 불과했으며, 연장되는 것도 아니어서 기간 만료 후 재인증을 받을 경우 33만 원의 비용을 들여야 했다.

이러한 애로사항은 수원지역의 한 벤처업체가 공론화시켰다. 팔달구 교동에서 시스템반도체 제조업을 하고 있는 지이에스테크는 2017년 4월 창업지원센터 입주기업 대표와의 현장 토론회에서 인증 유효기간 연장을 건의했다.

이에 따라 시는 벤처기업 확인 유효기간 확대를 중점 과제로 선정한 뒤 중소기업 옴부즈맨에 건의해 2년여간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지난 5월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시행령’ 제18조의 4에 규정된 벤처기업확인서의 유효기간이 2년에서 3년으로 개정돼 내년 2월 시행 예정이다.

확인서 유효기간이 확대되면 전국 3만7천여 개 벤처기업이 재인증받는 비용 33만 원을 절약하면서 123억 원의 재인증 비용과 행정비, 시간을 절감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될 전망이다.

# 드론 직접생산 기준 인력에 대표자도 포함

대표적 신산업인 드론업체들의 애로사항도 시의 노력으로 해소된 사례가 있다.

드론 관련 중소기업들이 구매 촉진 및 판로 지원을 받기 위해 직접생산을 확인받으려면 일정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상시근로자로 대표자를 제외한 생산직 3인 이상을 두도록 규정돼 있었다. 그러나 소규모 스타트업 기업들의 경우 대표자가 직접 연구와 생산활동을 병행하며 인건비를 줄이는 상황이라 현실과 맞지 않았다.

2019년 2월 수원 델타플렉스에 입주한 드론업체 ㈜억세스위로부터 이러한 애로사항을 접수한 시는 국무조정실과 행정안전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관련 중앙부처에 지속적으로 개선을 건의했다.

이에 중기부는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품 직접생산 확인기준’을 고시해 3월 16일부터는 드론 직접생산 확인기준 생산인력에 대표자가 포함되도록 했다. 이로 인해 전국 330여 개 드론기업의 인건비 및 자격증 취득 비용이 100억 원가량 절감되는 파급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됐다.

수원시  공무원이 ‘미경테크’ 규제 완화를 위한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있다.
수원시 공무원이 ‘미경테크’ 규제 완화를 위한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있다.

# 영세 기업 별도 연구소 설치 시 부담 완화

기술 개발을 위해 기초연구가 활발히 진행돼야 하는 소규모 기업의 부설연구소 설립 요건도 시의 노력으로 완화됐다.

연구개발활동에 따른 지원 혜택이 가능한 기업 부설연구소는 ‘기초연구진흥 및 기술개발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따라 사방이 막힌 독립공간과 출입문을 갖춰야 한다. 다만, 연구공간이 30㎡ 이하일 경우 칸막이만으로 연구공간을 구분하도록 예외 규정을 뒀다.

델타플렉스에 입주한 전기자동제어반 제조업체 ㈜시스텍 측은 지난해 4월 시의 찾아가는 규제 개혁 상담에서 이런 요건이 영세 중소기업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규제라고 호소했다. 독립된 별도 연구공간 설치는 비용 지출을 발생시켜 중소기업에서 별도 연구공간을 마련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시는 즉시 건의서를 작성해 옴부즈맨에게 건의했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기업 부설연구소 분리공간 예외 적용 기준을 기존 30㎡에서 50㎡로 확대하는 방향으로 시행규칙을 개정하겠다는 검토 결과를 받았다.

완화된 시행규칙이 지난해 12월 26일 시행되면서 소규모 연구기업들이 50㎡ 이하일 경우 칸막이만으로 부설 연구소를 설치할 수 있어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됐다.

# 소규모 영세 기업들 공동식당 운영 가능

지난 2월 28일부터 산업단지 내 공장들이 식당을 공동 운영할 수 있게 허용된 것도 시의 규제 개선 노력으로 이뤄진 결과물이다.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은 산업단지 내 공장의 경우 부대시설로 식당을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소규모 영세 기업들은 개별적인 구내식당을 만들어 운영하기는 어려워 근로자들이 식사시간에 식당을 찾아 멀리 가거나 열악한 환경에서 식사를 해야 하는 문제점이 있었다.

2017년 5월 개최된 찾아가는 규제 개혁 현장토론회에 참석한 반도체 제조용 기계 제조업체 비비테크는 이 같은 식당 부족 문제로 인한 불편을 호소하며 입주기업들이 공동으로 식당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의견을 냈다.

시는 지역 기업의 의견을 참고해 산업단지 공동식당 운영을 허가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중기부에 건의, 2년여가 흐른 지난해 말 반영된 개정안이 시행됐다.

이에 따라 산업단지에 입주한 소규모 기업체 근로자들의 식당 이용이 더욱 편리해질 전망이다.

수원시의 산업단지 관리권 통합 노력으로 지난 3월 신청 3주 만에 마스크생산 업종 변경을 하게 된 업체.
수원시의 산업단지 관리권 통합 노력으로 지난 3월 신청 3주 만에 마스크생산 업종 변경을 하게 된 업체.

# 신산업 혁신성장, 찾아가서 날개를 달아주다

지난해 전국 최초로 수원일반산업단지의 지정·관리권을 통합한 것도 시가 기업 불편을 해소하려는 노력으로 시작됐다.

당시 수원산업단지 1·2블록은 경기도지사 관할로, 3블록은 수원시장 관할로 이원화돼 1·2블록에 입주한 기업들은 각종 승인 절차를 진행할 때 경기도와 수원산업단지관리공단 2곳 모두를 거쳐야 해 민원처리가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다.

입주기업들은 지속적으로 산업단지 지정·관리권 통합을 요구했고, 2017년 5월 찾아가는 현장토론회에서 신일중공업이 이를 공식 건의했다.

관련 정부 부처들에 가로막혔던 통합은 2016년 12월 산업입지법에 통합 관련 조항이 신설되면서 물꼬를 텄다. 지난한 노력 끝에 지난해 10월 지정관리권이 수원시로 통합되면서 최고 3개월이나 걸렸던 민원처리기한이 4일로 단축됐다.

실제 산업단지 지정·관리권 일원화는 시민의 삶에 도움을 줬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마스크가 부족했던 올해 초 한 업체가 마스크 공장으로 업종 변경을 신청해 21일 만에 처리되면서 마스크 수급은 물론 시설 투자와 일자리 창출 등에 기여했기 때문이다.

시는 지난해 총 25회의 찾아가는 규제 개혁 신고센터를 운영해 8건의 과제를 발굴했으며, 올해도 13회를 운영해 5개 과제를 도출했다.

염태영 시장은 "현장을 찾아가 기업과 소통하는 규제 개혁 노력으로 미래 신산업 분야 투자가 활성화되고 지역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규제 개선에 더욱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김강우 기자 kkw@kihoilbo.co.kr

사진=<수원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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