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승 사단법인 21세기안보전략연구원 원장
강석승 사단법인 21세기안보전략연구원 원장

"우리는 결코 빈말을 하지 않는다." 북한이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해 오던 이 말이 그 진가(眞價)를 발휘한 것이 바로 지난 16일 오후 2시 50분께 개성에 있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계획된 폭파 장면이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3번째 만남을 통해 ‘4·27판문점선언’과 ‘9·19공동선언’, 그리고 ‘남북간 군사합의서’를 채택한 김정은 정권에 의해 자행된 이 폭파 장면은 한국전쟁의 상흔(傷痕)을 갖고 있는 기성 세대들에게는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는지는 몰라도 현 청장년들이나 정·관계 요직(要職)에 있는 이들에게는 ‘혹시나가 역시’라는 북한에 대한 반감(反感)과 함께 커다란 실망과 우려를 안겨주기에 충분한 것이었다고 보여진다.

이런 폭파가 있기 전까지 문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회의를 통해 북한과 공존공영을 모색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제4차 남북 정상회담까지도 기대했으며, 국회에서는 집권여당을 중심으로 이들 선언을 비준해야 하며 차제에 ‘종전선언’까지도 제안할 것을 논의했었다. 그러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말처럼, 아니 보다 더 정확하게 표현한다면 ‘자루속의 송곳을 감출 수 없다’는 속담처럼 남북 최고지도자를 포함한 최고위층의 생각과 행태는 오월동주(吳越同舟)와 같은 형국으로 현재화(顯在化)됐으니, 이처럼 큰 낙망(落望)을 앞으로 과연 어떻게 수습해 나갈 것인지 매우 불투명하게 보인다.

물론 이런 상황은 지난 13일 노동당 제1부부장이라는 직책을 갖고 있는 ‘김여정’의 담화에서 어는 정도 예견된 것이었지만, 이처럼 처절하게 ‘폭파(爆破)’라는 계기로 명명백백하게 드러날 줄은 그 누구도 섣불리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 파장이 더욱 크게 나타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는 김여정의 담화에 대해 신뢰할 만한(?) 북한전문가를 초청해 황금시간대에 심층분석을 했던 지상파를 비롯한 종합편성채널과 주요 중앙 일간지들도 이런 현실에 대해 지금이야말로 크게 반성을 하고, 더 이상 시청자 및 구독자들을 우롱(?)하는 처사를 지금부터라도 자제(自制)를 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북한의 진의(眞意)를 제대로 파악할 만한 지식이나 경험, 능력도 없으면서 몇 푼의 사례비나 고료, 아니면 자신의 명망(名望)을 위해 출연을 하거나 기고를 하는 자칭 ‘북한전문가들’도 차제에 자기 반성을 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북한이 왜 이 시점에 남북 화해 상징이자 ‘공동자산’이라 할 수 있는 연락사무소를 우리 측과 단 한 차례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폭파’하는 극단적 행동으로 나타냈는가 하는 점에 대해 더 이상 ‘아니면 말고’하는 식으로 해석하고 평가할 것이 아니라 좀 더 책임의식을 갖고 임(臨)해야 할 것이다.

이번 폭파가 일부 탈북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만 그 근인(根因)이 있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을 비롯한 최고위층 대북 관련 인사들의 실제 행동이 담보되지 않았던 ‘겉 다르고 속 다른 대북제안이나 협력의사’에 있는 것은 아닐까?

또한 수차례 ‘중재자, 촉진자, 운전자 역할’을 자임(自任)하겠다고 공언(公言)했으면서도 실제로는 전혀 완화되거나 약화되지 않는 유엔의 대북제재 조치에 대한 반대급부와 북한이 기대했던 ‘통큰(?) 지원이나 원조’, 또는 ‘코로나19상황’으로 나날이 악화되고 있는 북한 내부의 경제사정과 이로 인한 주민들의 김정은 정권에 대한 반발(反撥)과 불신을 해결하려는 내부 체제결속 차원에서 자행된 것은 아닌지 심층적으로 분석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아직까지 성급한 결론은 시기상조(時機尙早)이기 때문에, 지금 우리는 북한의 무모하고도 반평화적인 제2, 제3의 폭거(暴擧)를 예방하고 방지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민·관·군이 3위일체로 총력을 경주해 심혈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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