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언론사에서 처음 간행물을 펴낸 날을 ‘창간일’이라고 부른다. 사람으로 따지면 생일인 셈이다. 경인지역 주요 언론사는 초여름부터 가을까지 한 달 간격으로 창간기념일이 이어진다. 

이를 기념해 언론사는 평소 신문과 달리 당대에 필요한 사회적 화두를 창간기념호를 통해 보도한다. 뿐만 아니라 한 해 동안 지속적으로 해당 주제를 공론화해 변화를 이끌어내려고 노력한다. 이는 다양한 사회 이슈를 전달하는 언론사로서 단순히 일회성으로 문제점을 지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중·장기적인 대안과 전망을 내놓음으로써 공공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다. 

이러한 창간 준비와 별개로 창간기념일에 눈 여겨 볼 대목이 한 가지 더 있다. 언론사가 제시하는 비전이다. 여기에는 구독자에게 무슨 정보를 어떻게 전달할 지에 대한 고민이 담겨있다. 특히 요즘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기성 언론매체는 새로운 형태의 매스미디어와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숙명 앞에 놓였다. 창간기념일을 맞아 독자들에게 우리가 제작한 신문을 왜 봐야 하는지 그 명분을 줘야 한다. 많은 중앙지와 지방지가 뉴미디어로 발길을 돌리는 독자들의 마음을 붙잡기 위해 회사의 명운을 걸고 있다. 

이 같은 비전은 언론사에 몸 담고 있는 조직원들에게도 무척 중요하다. 사양(斜陽)으로 접어들고 있는 언론산업이다. 새로운 비전을 제기하지 못하고 과거를 답습하는 회사는 독자의 외면을 받아 결국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자신이 속한 언론사가 미디어시장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데 따른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다.

최근 다른 언론사 후배와 가진 식사 자리에서도 비슷한 고민을 들었다. "지금과 같은 속도로 변화하면 미디어시장에서 회사가 도태돼서 문 닫아 청년 백수가 될 것 같다. 다른 분야에서 좋은 제의가 들어오면 이직해야 할까요?"

우리 스스로 무엇을 위해 창간을 준비하고 있는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다. 컴컴한 동굴에서 앞을 비춰주는 등불이 없다면 설령 빠져나갈 수 있는 길을 알더라도 화를 피하긴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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