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즐겨보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알게 된 내용이다. 영국의 일간지 ‘데일리 메일’은 한국인만이 갖고 있는 초능력으로 ‘눈치’를 언급했다. 데일리 메일은 한국의 눈치에 대해 ‘다른 사람의 생각과 느낌을 순간적으로 파악하는 절묘한 기술’이라고 설명한 뒤 눈치 보는 법만 잘 터득하면 일이나 연애에서도 성공하게 되고, 반대로 눈치가 없으면 사람들에게 비호감으로 찍힐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인들이 눈치에 능숙한 사람을 가리켜 ‘눈치가 좋다’가 아닌, ‘눈치가 빠르다’라고 표현하는 것도 특이한 점이라고 했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외국인들은 남을 의식하지 않기 때문에 눈치라는 단어 자체가 존재하지 않아 영문으로 표현할 때도 우리 발음 그대로 ‘Nunchi’라고 소개됐다. 이 같은 한국의 눈치 문화에 대한 긍정적 소개를 보면서 눈치가 얼마나 대인관계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하는지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 같은 긍정적인 면이 많음에도 불구, 우리 사회는 조직 내에서의 눈치를 하급자에게만 필요한 능력으로 치부하면서 마찰을 불러 일으키는 것 같다. 우리는 정책의 결정권을 가진 기관장이 현장과 직원들의 의견을 듣지 않은 채 본인의 철학만 강요하거나 기업의 경영자가 직원들의 고충을 외면한 채 자신의 경험만을 고집하며 경영을 이어가는 모습을 자주 접하고 있다. 

 이 같은 조직 안에서 자칫 하급자가 상급자에게 직언을 했다간 ‘눈치 없는 사람’이나 ‘버르장머리 없는 사람’으로 평가받다 보니 하급자 입장에선 상급자의 눈치만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따금 상급자가 하급자들에게 의견을 묻는 상황에서도 상급자의 의중을 읽고 심기를 거스르지 않는 선에서 의견을 제시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이다 보니 제대로 된 의견 제시가 이뤄지지 않아 조직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한다.

 시대가 변했다. 과거와 같이 상급자의 권위만 앞세우다간 자칫 변화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해 도태될 수 있다. 특히 경영자 혹은 관리자라면 ‘민심’을 읽을 수 있어야 미처 알지 못했던 운영의 새로운 방향성을 찾는 등 진정한 의미의 소통으로 긍정적 효과를 얻게 될 것이다. 상급자와 하급자 모두에게 ‘눈치’가 필요한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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