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시가 드론을 도입한 선도적 디지털 지적 행정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전통사찰 등 문화유산의 토지정보는 일제의 잔재가 남아 있다 할 수 있을 만큼 변화의 물결에서 한참을 벗어나 있다. 수십 년간 도로로 사용된 토지가 전답으로 표기돼 있는 등 지적행정의 개혁이 시급함은 누구도 인정할 만하다.

지방자치단체로선 이례적으로 지적행정 혁신에 칼을 빼 든 남양주시를 만나 본다.  <편집자 주>

하늘에서 찍은 남양주시 도로와 아파트.
하늘에서 찍은 남양주시 도로와 아파트.

# 문화유산 토지정보의 현실화를 기획하다

국가지정문화재, 전통사찰 등 문화유산의 토지정보를 살펴보면 관련 규제와 행정절차 누락으로 실제 이용 현황과 다르게 등록돼 있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이는 일제가 1910∼1918년 시행한 토지조사 사업에서 문화재에 대한 역사적 인식 부족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왕릉의 경우 봉분만 ‘묘지’로 등록돼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고, 왕릉 대부분은 임야로 등록돼 유지·관리 시 산림법 등 다른 법률의 규제로 문화재 보존 관리에 한계가 발생한 것이다.

전통사찰의 경우 우리 고유의 전통과 사찰 양식에 따라 일수문 안부터 경내지임에도 일반 주택처럼 건물만 ‘대’로 지목이 변경돼 있는 상태다.

이에 시는 전국 최초로 문화재에 대한 전수조사와 현실 지목에 맞춘 토지정보 변경을 골자로 한 ‘문화유산 토지정보 현실화 사업’에 돌입했다.

전통사찰 봉선사 주차장의 경우 항공사진 판독 결과 과거부터 현재까지 주차장으로 이용되고 있었다. 도시계획시설결정이 됐음에도 지적공부엔 ‘답’으로 등록돼 있어 농지법 규제를 받아 ‘불법 농지’로 전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내원암 전경
내원암 전경

시는 문화재 관련 부서와 건축부서에 인허가 증빙서류 등 자료를 요청해 관련법 저촉 사항 등을 협의하고 나섰다. 이를 바탕으로 토지소유자에게 통지, 실지 이용 현황과 일치하도록 토지대장을 정리할 수 있었다.

별내면에 위치한 전통사찰 제19호 내원암은 건축물대장상 적법하게 등록된 경내 부지임에도 일부가 실제 이용 현황과 달라 공부상 지목이 ‘임야’였다.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고시된 순강원(사적 제356호), 휘경원(사적 제360호), 성묘(사적 제365호), 안빈묘(사적 제366호) 등에 대해서도 역사적 유적·고적·기념물 등을 보존하기 위해 문화재·문화재보호구역 등으로 지정된 토지인 ‘사적지’로 지목을 변경하는 데 성공했다.

이 같은 시의 노력은 전통사찰과 문화재의 보존 관리와 지적행정 신뢰도를 크게 향상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시 관계자는 "일제강점기 역사적 인식 부족으로 잘못 조사된 토지정보를 현대적 기술을 적용해 새롭게 조사·등록했다"며 "규제 개혁은 법률 개정도 중요하지만 담당 공무원의 합리적 법리해석으로도 가능하다는 신념으로 이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봉선사 주차장
봉선사 주차장

# 국공유지 지목 불일치 해소 위해 드론을 띄우다

통상 공공사업에서 지목 불일치와 토지도면정보 부재 등으로 발생하는 설계변경 비용이 전체 예산의 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는 드론을 활용한 ‘국공유지 지목 불일치 해소를 위한 지목 변경 처리 지침’을 해결책으로 제시하고 나섰다.

도로개설공사가 완료된 후 공공용지로 관리되고 있음에도 오랜 시간이 흘러 준공 관련 서류가 없거나 재산관리부서의 지목변경 신청 누락으로 실제 이용 현황과 달리 등록된 국공유지를 전수조사해 지목 변경과 토지 합병을 추진하는 방식이다.

1996년 시행된 ‘용정∼연평 간 도로개설공사’의 편입지 일부가 왕숙공공주택지구로 지정·고시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지목 변경 누락으로 현재까지 전답으로 등록돼 있어 토지보상 평가 과정에서의 마찰은 불가피했다. 관계법령에 따라 형질 변경 등은 준공 후 증명서류를 첨부토록 규정돼 있지만, 서류 부재 등 신청 요건 미비로 공공사업 완료 후 행정재산으로 관리 전환됐음에도 지목 변경 신청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목 변경 신청과 실제 이용 현황의 일치 여부 확인 등 현장조사가 필수지만, 소요인력과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점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오룡마을 입구.
오룡마을 입구.

시는 관계 법령의 합리적 해석으로 돌파구를 찾아냈다. 지목 변경 시 첨부하는 준공조서는 관계법령에 따라 득한 인허가 사항대로 토지 형질 변경이 완료됐음을 확인하기 위한 ‘지목 변경 근거자료’라는 점에 주목했다. 준공 여부의 명시적 증빙자료가 없어도 적법한 절차에 따라 형질이 변경됐음이 확인될 경우 공공용지의 지목이 일치하도록 변경해 국공유지를 관리함이 타당하다는 결론이었다.

결국 시는 ‘남양주시 공공용지 지목변경 처리지침’을 수립해 무인항공기(드론)를 활용한 효율적 토지 이용 현황 조사에 돌입했다. 드론으로 촬영·제작된 고정밀 정사사진을 지적도면과 중첩·비교하면 정확한 의사결정 지원과 소요인력,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드론으로 촬영한 항공측량데이터는 지적도 전산파일과 중첩해 사업지구 내 토지 이용 현황과 지장물 조사에 활용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계 과정부터 토지도면 빅데이터를 활용해 사업부지 경계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후 지적 현황 측량을 실시, 사업기간 단축과 예산의 탄력적 운용이 가능하다는 이점도 있다.

시는 연초부터 이 사업을 진행해 효과성을 입증했으며, 오는 8월 말까지 토지 이용 현황 조사를 마친 후 연말까지 지적공부 정리와 등기촉탁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지목 불일치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토지 관련 빅데이터를 제공하고, 실시계획인가 고시 전 지적 현황 측량을 유도하는 등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국공유재산의 효율적 관리와 지적공부의 신뢰성 제고, 정확한 최신 공간정보 정책자료를 제공하는 디지털 지적행정 구현에 남양주가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남양주=조한재 기자 chj@kihoilbo.co.kr

사진=<남양주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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