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길 전 인천시립박물관장
김용길 전 인천시립박물관장

  1950~60년대 당시 헌책 구입은, 배다리에서 창영초등학교 앞으로 이어지는 도로에 40여 개의 점포가 늘어서 있었는데, 이곳이 인천지역 유일한 책의 공급처인 ‘배다리 헌책방거리’이다. 그곳에는 초·중·고 교과서를 비롯해 참고서인 수련장, 전과, 각종사전, 전문서적, 소설 등 다양한 책을 구비하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싼값으로 구입할 수 있는 매력이 있었다. 유명한 박경리 소설가는 해방 후 남편 직장을 따라 배다리 책방가 인근 금곡동에 살던 시기에 직접 헌책방을 운영하며 소중한 독서 체험과 이후 창작 생활의 자양분이 됐다고 전한다. 

배다리 헌책방거리는 1950년대 형성돼 1970년대까지 이어져오며 인천의 수많은 지식인과 학생들에게 지식의 오아시스 역할을 해왔다. 지금은 60여 곳만이 남아 영업을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며, 배다리 헌책방거리에는 3~4개의 책방만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책방 감소는 시대적인 변화의 원인도 있겠지만, 영업이란 수요와 공급이 원활이 이뤄져 수익이 발생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기존서점의 영세성, 점주의 고령화, 매장환경 열악 등은 방문고객이 줄어들고, 수익감소로 이어져 폐점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책의 수요는 과거 개인위주의 구입에서, 지금은 주로 각급 도서관을 비롯해 기관·단체 위주의 구입으로 주체가 바뀌는 추세이다. 지역마다 크고 작은 도서관이 확충되고 초·중·고교와 대학도서관, 기관·단체, 기업체의 자료실 등에서 자체예산규모에 따라 수시·정기로 나눠 상당량을 구입하고 있다. 책의 구매는 소량은 수의계약, 일정량 이상은 입찰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지역내 소규모 서점에서는 이에 대한 정보와 행정력 부족, 자금력 등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최근, 인천시와 교육청에서는 ‘동네서점 살리기운동’의 일환으로 ‘지역서점 활성화 조례’를 제정, 시행하고 있으나 일선기관들의 업체지정 수의계약, 몰아주기식 도서구입, 업체담합 등 관심저조와 인식부족으로 지역내 서점들의 혜택은 미미하기만 한 실정이다. 또한 정부에서도 대형서점과의 동등한 계약조건으로 ‘도서정가제’를 시행해 영세서점들의 운영 활성화를 꾀하고 있으나 중·대형서점의 낮은 유통단가, 매장이 없는 소위 페이퍼컴퍼니인 ‘유령서점’이 막무가내식 입찰 참가 등으로 유통질서 혼란 등 제도상 많은 문제점이 도출되고 있다. 

이러한 여건 속에서도 인천지역 60여 영세서점들이 자구책의 일환으로 ‘인천서점협동조합’을 설립, 운영해 공동구매, 공동작업과 조합서점들의 입찰, 수의계약 행정 지원으로 동네서점 운영을 돕고 있으며,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아 취약계층 고용 등 의무를 다하고 있다. 또한 협동조합 차원에서 지역내 독서문화 진흥을 위해 시청, 구청 등과 업무협약과 독서 관련행사 공동 개최을 비롯해 수익 일부를 관내 영세계층 청소년과 지역도서관 및 단체 등에 도서 무상기증 등을 실시하는 상생노력을 해 오고 있다. 현재도 배다리 헌책방거리에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아벨서점’은 구청의 지원과 지역단체와 협력해 ‘시가 있는 작은책방’을 운영하며 귀중도서 전시 및 시 낭송회 등을 개최해 지역 문화공간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으며, 남동구 소래포구 인근 ‘마샘서점’은 넓은 매장과 쾌적한 공간을 마련해 지역복합 문화공간으로서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다. 

인천시, 구·군과 교육청에서는 지역서점들의 생존과 경제주체로서 경쟁력을 확보하도록, 서점활성화 조례의 적극적 실행, 시·구 공공도서관을 비롯한 초·중·고교의 도서관에서 도서구매 시 지역서점 참여 확대와 행·재정 지원으로 지역서점 활성화에 기여해야 할 것이다. 또한 지역서점이 다양한 문화공간 시설로 활용할 수 있는 시설확충 지원, 지역서점과 교류협력을 위한 각종 행사 개최등을 실시하고, 지역서점 방문의 날 지정 운영과 같은 시민친화적 시책을 통해 시민과 지역사회가 부합해 서점이 늘어나진 못해도 사라지지 않게 하는 대책이 필요하다. 

김수환 추기경 말씀 중 ‘수입의 1%는 책을 사는데 투자하라, 옷이 헤어지면 입을 수 없어 버리지만, 책은 시간이 지나도 위대한 진가를 품고 있다’ 는 책 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하신 것이라 생각한다. 미국의 전 대통령 ‘오바마’는 ‘우리지역에 서점이 있어 행복하며, 책 읽는 사람은 아름답다’라고 말하며 솔선수범해 자녀와 함께 지역문화 사랑방인 책방에서 책을 구입해 주민들에게 책을 선물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다. 우리 시민들도 자녀들의 손을 잡고 매월 한 번이라도 동네서점을 방문해 한 권의 책을 구입해 독서하는 모습을 보이며 ‘지역서점 살리기운동’에 적극 동참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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