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인천시 서구청장
이재현 인천시 서구청장

지난 30여 년간 서구는 수도권매립지와 소각장 그리고 각종 유해시설로 인해 악취, 소음, 미세먼지에 토양·수질오염까지 온갖 환경 문제를 감내해왔다. 전국에서 환경 이슈가 가장 많은데도 서구만의 고민거리일 뿐 다른 지역 사람들은 관심도 없다. 환경부·서울시·인천시·경기도가 머리를 맞대 대책을 세워야 했지만 누구 하나 총대를 메지 않은 채 시간만 흘러갔고, 그 사이 서구는 희생양이 돼 철저히 방치돼왔다. 수도권의 쓰레기 문제만 하더라도 많은 분들이 최선의 해결책에 대해 물어본다. 그 질문에 난 현 상황을 거꾸로 접근하면 쉽게 답이 보인다고 말하고 싶다. ‘지금처럼 매립과 소각 중심의 정책이 맞는가?’ 거꾸로 생각해보자. 

감량과 재활용 중심으로 가야 한다. 그게 쓰레기 처리에 있어 선진화이고 교과서적인 원칙이다. 매립지와 소각장에 쓰레기가 자꾸만 늘어난다고 매립·소각시설 확충에만 집중할 게 아니다. 이제부터라도 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어떻게 하면 ‘발생지 처리’ 원칙하에 감량·재활용 위주로 시스템을 바꿔 나갈지 대책을 다시 마련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매립과 소각을 최소화하고 수도권매립지 2025년 종료와 더불어 소각장 문제도 풀리기 시작할 거다. ‘지금처럼 대형 매립지여야 할까?’ 거꾸로 생각해보자. 대체매립지는 굳이 클 필요 없다. 소규모로 성상별 이용이 가능하게끔 첨단 공법이 적용된 선진사례를 몇 군데 도입하면 된다. 

서구에 위치한 수도권매립지는 여의도 면적의 6배 규모로 세계 최대 크기다. 총 4개 매립장 중 1·2매립장은 매립이 완료됐고, 제3매립장이 채워지고 있다. 문제는 이 거대한 규모에 있다. 넓기 때문에 매립 의존도가 점점 높아지는 거다. 소각장도 마찬가지다. 인천 6개 군·구 쓰레기가 서구 소각장에서 처리된다. 해결책은 의외로 간단명료하다. 한 지역만의 희생을 강요하는 대형 매립지와 소각장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묻고 태울 곳이 없어지면? 자체적으로 어떻게든 쓰레기를 줄이고 재활용 방법을 찾아낼 거다. ‘적환장이 꼭 서구에만 있어야 할까?’ 거꾸로 생각해보자. 각 지자체가 친환경적인 설비를 갖추고서 재활용 가능한 쓰레기를 선별해 감량시켜야 한다. 

8개 구에서 수거된 쓰레기는 종량제 봉투에 담긴 채 인천에서 유일하게 서구에만 있는 적환장에 모여 그대로 매립지와 소각장으로 간다. 왜 굳이 적환장마저 서구에만 있어야 할까? 폐기물은 ‘발생지 처리’를 원칙으로 해야 한다. 각 군·구별로 필히 자체 적환장을 마련해야 한다는 거다. ‘분리수거한 것들이 모두 재활용되는가?’ 거꾸로 생각해보자. 실제 재활용률은 극히 낮기에 재활용 활성화 대책을 집중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재활용률 통계 역시 60~80%로 꽤 만족스러운 수치다. 그러나 현실을 들여다보면 그 절반도 재활용되지 않고 있다. 선진국들이 모두 하고 있는 재활용을 우리가 못할 이유는 없다. 민간 스스로에게만 맡기는 재활용 산업이 잘 되고 있는가?’ 거꾸로 생각해보자. 최소 10년만이라도 공공처리 개념으로 접근해 파격적인 지원을 실행해야 한다. 

여러 분야에서 혁신을 선보이는 대한민국이지만 유독 재활용 정책과 관련해서는 30년 전 고물상 수준에 머물러있다. 4차 산업을 얘기하는 시대인데 획기적인 재활용 기술이 과연 없을까? 기술이 아닌 여건의 문제다. 소각·매립시설 예산의 20%만이라도 집중 지원하면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에 포함시켜 산업 육성과 기술 개발, 일자리 창출도 적극 모색해야 한다. 매립폐기물 중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하는 사업장·건설폐기물 역시 상당량을 국내 기술로 재활용할 수 있음에도 그대로 매립되고 있다. 이것 또한 사업장별로 ‘발생지 처리’ 원칙에 따라 감량과 재활용을 병행해 최대한 줄여나가야 한다. 조목조목 짚어보니 거꾸로 된 이 현실을 정상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하루라도 빨리 선진국형으로 해결해 나가는 것, 그것이 급선무다. 분명한 건 더 이상 수도권의 많은 지자체 중 서구 혼자 이 고통을 계속 감당하는 일만은 없어야 한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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