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형 전 인천시 서구노인복지관장
최윤형 전 인천시 서구노인복지관장

얼마 전 인천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2020년 신청사업 중간평가 간담회가 있었다. 대부분 사회복지 기관들이 휴관 상태로 인해 신청 사업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대안을 모색해보고자 모인 간담회였다. 지역아동센터는 긴급돌봄이 필요한 아동만 소수 기관에 올 수 있다고 했고, 장애인복지관도 역시 휴관으로 장애인들이 복지관에 오지 못하고 있었다. 이야기를 듣다가 문득 지역아동센터에 긴급돌봄이 필요하지 않은 아이들은, 돌봄이 필요한 장애인들과 노인들은 코로나19에 또 다른 돌봄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앞으로 이들은 누가 돌볼 것인가?

팬데믹 상황에서 기존 돌봄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이번에 제대로 경험하게 됐다.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학원이 문을 닫고, 사회적 약자들을 돌보고 있는 사회복지기관이나 아동 돌보미 같은 방문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던 기관들 역시 휴관이나 서비스 중지 등으로 더 이상 이용할 수 없었다. 결국 이러한 돌봄 공백은 엄마와 할머니 같은 여성 몫으로 메워지기 시작했다. 3월 말 육아정책연구소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만 보더라도 여성의 42.9%가 아이를 돌보기 위해 무급휴가를 사용한 반면, 남성은 8.1%에 그쳤고 고용노동부에 가족돌봄 휴가를 신청한 비율 역시 여성이 69%, 남성이 31%로 여성이 2배 이상 많음을 알 수 있다. 즉 이번 팬데믹 상황을 통해 그동안 이뤄졌던 돌봄의 사회화가 다시 가정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여름이면 끝날 것이라는 코로나19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올 가을·겨울까지도 이어질지 모른다. 이제 더 이상 코로나19 이전 생활로 돌아가기 어렵다면 이제 ‘뉴노멀(New Normal, 새로운 일상)에 적응해야 한다면 ‘돌봄 위기’에 대해 어떠한 대비책이 있는지를 물어야 할 때인 것 같다. 돌봄 관련 기관과 돌봄서비스를 확충하는 ‘돌봄의 사회화’는 그간 돌봄 문제에 관한 대표적인 해결 방안으로 추진돼 왔었고 사회복지기관 역시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다양한 돌봄과 예방 기능들을 수행해 왔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우리는 휴관이나 축소 운영되는 상황에서 돌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여기에 어떠한 부분을 조금씩 개선하고 추가해 나갈지를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우선 인천시는 돌봄을 단순히 기관들에게 휴관만을 이야기하는 것에서 벗어나 직접 접촉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뤄져야 하는 세부 수칙들을 매뉴얼화해 보급해야 하며, 최근 떠오르고 있는 언택트 서비스를 확대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그러기 위해서는 디지털 매체와 응용기술을 활용해 ICT(정보통신기술)서비스를 확충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 사회복지기관은 계속 휴관 상태가 아닌 최소한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서는 생활 속 거리를 유지하면서 집단이 아닌 소그룹으로 진행되는 활동을 해야 할 것이고, 필요하다면 학교나 유치원처럼 요일을 정해 소그룹 활동으로 안전 상태를 확인하며 돌봄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역 내 소공동체 기반의 작고 탄탄한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작지만 내실 있는 공동체 역량을 키워나가 지역 내 돌봄이 가능한 기반을 만들어 나갔으면 한다. 서울시는 찾아가는 동 주민센터를 돌봄이 필요한 가정에 직접 방문해 건강과 복지를 살피면서 민관이 함께 지역에 코로나19에 대한 예방과 지역사회 긴급서비스가 유연하게 작동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실천해 나가고 있다. 

이제는 인천도 민관 협력을 통해 팬데믹 상황에서 돌봄의 뉴노멀을 준비해 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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