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우리나라 사람들 중 일부는 투자처로 부동산을 우선순위로 꼽고 있다. 특히 지금처럼 한 치 앞이 안 보이는 시야를 가진 환경에서 금리는 낮아 은행은 이미 투자처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자고 일어나면 가치가 달라지는 부동산은 더 말할 이유가 없는 투자처가 됐다. 정부의 정책이 어떻게 나오든 일단 아파트 한 채라도 부여잡고 있으면 매일 아침부터 열심히 일한 사람들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수익을 거머쥐는 사람들을 일상에서 만나기 때문이다.  

생산을 담당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아닌 부동산으로만 몰리는 투자를 회유해보고자 매 정권에서는 부동산 대책을 발표해 기선을 잡고자 했다. 현 정부에서는 특히 부동산 문제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빈번한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21번째인 지난 6·17 부동산 대책은 가격상승 주범인 투기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규제를 강화해 부동산 개발과 재건축 사업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진정시키고자 했다. 부동산 시장에서 집중하고 있는 재건축 지역, 투기지역을 투기과열지구,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지정해 대출 등 규제를 강화하고 거래 시 실거주 요건을 기준으로 하는 허가요건 등의 규정을 충족하도록 했다. 비규제 지역의 투기 수요는 조정대상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고 규제지역인 경우 주택의 전입과 처분 시 대출규제를 작동시켜 전세대출을 받은 후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의 아파트를 구입하는 경우 전세대출이 즉각 회수하도록 했다. 또 모든 지역에서 법인의 거래가 강력한 규제를 받게 된다. 

코로나19로 인해 시중에 넘치는 돈이 부동산으로 흐르지 않도록 정부가 시장보다 빠르게 진입 장벽을 만들어 차단을 시도했다. 아파트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상승세를 타자 투자자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특히 법인이 부동산의 새로운 투기세력으로 등장해 이에 대한 강력한 규제로 이의 근절을 시도했다. 

그동안 부동산 대책들은 투기세력 제지에 집중했다. 대출을 규제하고 세금을 높이고 재건축을 불허하는 등 대책을 세워도 부동산 투기세력을 근절하기 어려웠다. 나날이 올라가는 부동산 가격에 지금이 가장 쌀 때라는 인식이 굳어지고 지금 사지 않으면 영원히 살 수 없다는 말이 돌만큼 황금알을 낳는 부동산 사랑이 남다르게 됐다. 21번이나 달라진 부동산 대책으로 알 수 있듯이 정부는 다양한 방법으로 부동산 투기를 제어하고자 했다. 이제 거래 시 대출 차단까지 등장하자 집을 사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 돼 버렸다. 

복잡해진 정부의 규제 때문에 집을 팔려고 하는 사람들은 생각을 바꿔 이 정권의 끝까지 집을 보유할 것이다. 정권이 끝나면 또 달라질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껏 그래 왔고 매번 정부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정부의 말을 안 듣고 강행한 사람들의 투자를 부러워하는 모습만 번복했기에 또 일선에 있는 국회의원들조차 정부 말과는 반대로 갔기 때문에 국민들은 신뢰를 보내기 어렵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또 실패다. 시장을 앞서서 선조치를 했다고 생각하겠지만 주택 실수요자 측면에서는 집 구하기가 더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정부의 규제로 공급 물건이 더 줄어들고 있고 주택 거래가 막히니 매물은 없고 집값만 오르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니 분양공고가 뜨면 사람들이 폭풍처럼 몰려든다.  

여대야소로 여당이 국회의석의 고지를 잡고 있는 까닭에 정부 정책이 이전보다 강력한 추진력을 펼칠 수 있다. 그런데 주택보유자에 강력한 규제 일변도로 부동산투기를 막을 수는 없다. 조만간 또 빈틈을 막아보려는 부동산 대책이 나오겠지만 이렇게 덧대기 형식의 대책은 궁극적 대안이 되지 못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부동산 시장, 현재는 누구나 알듯이 거품이 오를 대로 올라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규제 강화로 조절을 시도하고 있지만 그보다 먼저 경제의 메커니즘을 봐야 한다.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의 경기가 매우 침체됐고 불확실성이 높아 부동산은 안전한 투자자산이 되지 못한다. 지금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에 과도한 대출로, 자산의 올인으로 부동산에 투입하면 자칫 투자가 아닌 투기가 돼 전 재산을 날릴 수도 있다. 불나방처럼 불만 보고 달려드는 것이 아니라면 상황을 봐야 할 것이고 국민들에게 신뢰를 받는 정책으로 호응을 받으려면 이러한 수요의 근본을 조정할 수 있는 정책으로 다가서야 할 것이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