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촉·오 삼국시대 군주들은 저마다 천하통일의 꿈을 키우고 부국강병(富國强兵) 목표를 세웠다. 당연히 백성을 살찌우고 국력을 튼튼히 해 상대보다 우위에 서고 이를 실현하려고 했을 터.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 

망국의 임금은 대략 폭군이나 암군으로 미세한 차이가 있을 뿐 부모 잘 둔 덕분에 호강을 누리며 온갖 못된 짓을 다했던 것이다. 

촉한의 유선, 동오의 손호는 그런 인물의 전형으로 손꼽을 만하다. 유선은 나라가 망한 뒤에 연회를 열면 히죽히죽 웃으며 즐겼고, 손호는 조금 강단이 있어 진무제 사마염이 "짐이 이 자리를 만들어 놓고 오랫동안 그대를 기다렸노라" 하고 말하자 지지 않고 "저 역시 남쪽에 이런 자리를 만들어 놓고 폐하를 기다렸습니다"라고 대꾸한 것이 전부였다. 그들은 모두 나라가 망한 후에도 대접을 받으면서 촉한의 유선은 23년, 동오의 손호는 3년 후에 죽었으나 천수를 누렸다. 이를 두고 사가는 질타한다. "백성의 고혈을 빨아 호의호식한 자들이 나라를 빼앗기고도 새 점령지의 민심 수습 정책이란 명분하에 좋은 집에 좋은 음식에 수많은 처첩을 거느리고 호사하다 천수했다. 이게 무슨 하늘의 뜻인가. 슬픈 일이로다."

<삼국지리더십연구소 제공>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