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1년 만이다. 붉은 수돗물 사태로 어려움을 겪었던 인천 서구지역에 이번에는 수돗물에서 벌레 유충이 섞여 나와 주민들이 경악하고 있다. 깨끗한 수돗물로 사죄하겠다는 인천시의 약속을 철석같이 믿었던 서구 주민들은 1년 만에 또다시 끔찍한 벌레유충 수돗물을 마주하며 시에 대한 믿음을 거두는 분위기다. 1년 전인 2019년 5월 30일 시작된 붉은 수돗물 사태는 정상화를 선언한 8월 5일까지 3개월 동안 서구 26만1천 가구, 63만5천여 명의 주민들이 고통을 겪었다. 

수계 전환 과정에서 기존 관로의 수압을 무리하게 높이다 수도관 내부 침전물이 떨어지면서 발생한 붉은 수돗물 사태로 주민들은 제대로 씻지도, 마시지도 못하고 물이 가장 필요한 시기인 2019년의 뜨거운 여름을 고통 속에 보내야 했다. 인천시는 붉은 수돗물 사태로 잃어버린 시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오는 2025년까지 3천752억 원의 예산을 들여 노후관 410.8㎞에 대한 교체 사업을 진행하고, 주기적 관로 세척과 고도정수처리 시설 도입 확대, 스마트 관망관리 인프라 구축 등도 추진했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은 벌레 유충으로 하루아침에 무너졌다. 시민들은 인천시의 수돗물 정책에 의심의 눈을 보내고 있다. 수돗물에서 어떻게 벌레 유충이 나올 수 있느냐는 것이다. 특히 이번에 벌레 유충이 발견된 지점 역시 지난해 붉은 수돗물 사태의 원인을 제공했던 공촌정수장 권역이라는 점에서 주민들의 분노는 더 커지고 있다. 문제는 단순히 주민들이 겪는 고통 때문만이 아니다. 서구지역 경제 전체가 또다시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당장 벌레유충이 발견된 서구 왕길동·당하동·원당동·검암동·마전동 등 5개 동 소재 39개 유·초·중·고교 2천300여 명의 학생들이 급식이 중단되면서 학생들이 피해를 입게 됐다. 또 급식과 관련된 업체 및 종사자들의 문제는 물론 벌레유충이 수돗물에 섞여 나오면서 서구지역 음식점 등 물을 사용해야 하는 소상공인들의 타격도 예상된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에서 벌레유충 수돗물은 서구지역에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할까 우려스럽다. 인천시는 책임지고 철저한 대책 마련과 함께 추가 피해 방지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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