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우 인천개항장연구소 대표
강덕우 인천개항장연구소 대표

얼마 전 우리나라 최초의 산성 전문 박물관인 계양산성박물관이 개관했다. 계양산은 옛 부평도호부의 진산(鎭山)으로 이곳을 수호하는 주산(主山)으로 정해 제사를 지내오던 곳이다. 계양이라는 지명 유래는 현재 뚜렷하게 밝혀진 바는 없고, 계수나무와 회양목이 많이 자생해서 붙여진 이름이라 알려져 있다. 전설에는 홍수 때 마니산(형님산)에서 떠내려 와 생겼다고 해서 ‘아우산’이라 불렀다고도 한다. 계양산 명칭은 시기에 따라 다르게 불려졌는데, 고려 수주 때는 수주악(樹州岳), 안남도호부 때는 안남산(安南山), 계양도호부 때는 계양산(桂陽山)으로 부르던 것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계양산은 해발 395m로 강화도를 제외한 인천시 중에서 가장 높다. 더욱이 인근에 높은 산이 없다 보니 정상에 오르면 사방이 탁 트여 있어 서쪽으로는 영종도와 강화도 등 주변 섬들이 한눈에 들어오고, 동쪽으로는 김포공항을 비롯한 서울시, 북쪽으로는 고양시와 파주시까지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예로부터 교통과 군사상 요지로 여겨졌고 한양으로 통하는 전략적 요충지였다. 

백제 초기부터 이곳에서 생산된 소금이 징맹이고개를 넘어 서울 지역으로 운반됐던 소금 통로였다고도 한다. 때문에 한강 하류지역을 군사적으로 제어하고 주변의 넓은 평야지대를 통제하기 위해 계양산성을 축조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세조 원년(1455)에 서울을 방어하기 위해 부평부에 중익진(中翼陳)을 설치해 군사훈련을 시켰다는 기록이 있는데, 병영이 주둔하게 되면서 병방동(兵房洞)의 지명 유래가 됐다. 임진왜란 때에는 고니시(小西行長)가 이끄는 왜군과 치열한 싸움터였다는 얘기가 전해오고 있다. 여기에 더해 1883년 인천이 개항하던 해에 해안 방비를 위해 부평지역 주민들이 참여해 축조한 중심성(衆心城)이 징매이고개(景明峴) 능선을 따라 걸쳐 있다. 

계양산성에 대한 최초 문헌기록은 16세기 초반의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나타나고 있는데 "계양산의 고성(古城)은 삼국시대에 축조된 석성으로 둘레가 1천937척(尺)이나 지금은 모두 퇴락했다"고 간략하게 기록하고 있을 뿐이다. 계양산성은 그 둘레가 1천180m, 면적은 6만2천863㎡에 달해 삼국시대 산성으로는 비교적 규모가 큰 편에 속한다. 성벽은 다듬은 돌을 쌓아 올려 만들었는데, 성벽이 잘 남아 있는 곳은 그 높이가 7m에 이른다. 성곽은 계양산 정상이 아닌 동쪽의 낮은 봉우리를 중심으로 축조됐는데, 사모관대 형태와 비슷하게 배후에 높은 지세 조건을 갖춰 장대를 설치할 만한 봉우리가 있고, 그 가운데 대중을 수용할 수 있는 지형을 갖춘 ‘사모봉(紗帽峰)’형태의 산성에 해당한다.

계양산성은 1992년 5월 인천시 기념물 제10호로 지정했지만 대부분 성곽은 훼손된 상태였다. 그후 1997년부터 계양산성에 대한 전반적인 실측조사를 하면서 토기, 기와, 철기, 목간 등이 출토됐다. 이어 산성에 대한 체계적인 정비계획을 수립하고 1천여 기에 이르던 성내 분묘를 모두 이전하는 한편 계양산성에 대한 학술대회를 수차례 개최했다. 계양산성은 5세기 백제가 성을 처음 축조하고 6세기 신라가 점유하면서 장기간 활용했음이 객관적으로 밝혀졌다. 또한 삼국시대 축성기술뿐만 아니라 통일신라 시대를 거쳐 고려, 조선시대까지 사용됐던 석축 산성으로 시기별 성곽 시설물을 비교해 볼 수 있는 역사적·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2016년 계양구는 계양산성의 사적(史蹟) 지정을 신청했고 그 결과 문화재위원회의 현장조사와 심의를 거쳐 계양산성의 역사적 가치가 높게 평가돼 2020년 05월 22일 사적 제556호로 지정하기에 이르렀다. 사적은 역사적·학술적·관상적·예술적 가치가 큰 것으로서 국가가 법으로 지정한 문화재이다.

계양산성박물관은 계양의 역사와 문화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산성 발달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영상 및 모형자료 등을 전시하고 있다. 무엇보다 계양산성이 국가지정문화재로서 가치를 더욱 빛날 수 있도록 전문성을 살리면서 역사와 문화체험 연계 공간을 마련해 시민들이 공감하는 내실 있는 문화시설로 발전해 나가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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