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국 인천대학교 산학협력중점교수
정세국 인천대학교 산학협력중점교수

"다른 사람과 안전거리를 유지하세요."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에는 팔꿈치 안쪽이나 티슈로 입을 가리세요." 

코로나19 예방수칙이 몇 달만 지나면 없어지리라는 생각으로 친구를 만나거나 각종 모임을 생략한 채 지내온 것이 어느 새 반년이 넘었다. 반복해서 듣다 보니 일상이 됐고 이를 벗어나는 것이 이상하게 됐다. 코로나19는 우리 사회 일상을 뒤흔들고 있고 극심한 혼돈은 발생하지 않았으나 누적되는 생활은 우리의 미래가 과거와는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이 상황이 올해를 넘어 내년까지 갈 것으로 보고 있다. 

사회 혼란을 겪었던 미국은 초기부터 사재기 광풍이 몰아쳤다. 각종 생필품이나 식료품은 가게마다 매장에 전시할 겨를도 없었다. 일부나마 우리나라에서도 있었으나 다행히도 곧바로 멈추고 말았다. 신속하고 정확한 택배 시스템과 함께 성숙된 시민의식이 사회 혼란을 막았다는 분석이다. 일본에서 시작된 택배 시스템이 한국에서 더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다. IT(정보기술)와 접목된 시스템은 이미 시장 규모뿐만 아니라 미래사회를 위한 준비 단계에서도 앞서나가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사회문화, 소비 트렌드, 기술 변화가 그대로 이 시스템에 접목돼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을 전통적인 매점(오프라인)에서 구매하기보다는 온라인 구매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졌고 코로나19 시대는 이를 극대화하는 계기가 됐다. 

유통업체 매출 가운데 온라인 유통은 40% 정도 차지하며 이는 택배 서비스와 직결돼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서 올해 초 발표한 자료에는 택배 취급 박스가 2018년에 총 25억4천300만 개로 영유아나 노인을 제외한다면 1인당 60개 가까이 택배를 이용했다. 올해는 쿠팡의 20조 원 매출 예상과 함께 타 업체 성장으로 적어도 두세 배 이상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트랜드모니터가 2020년 4월 13일부터 17일까지 남녀 1천 명을 온라인으로 조사한 결과 현 시기에 택배 서비스를 받지 못한다면 생활이 굉장히 불편할 것 같다고 보는 사람이 82.2%, 택배기사가 고생하는 만큼 그에 대한 이용료는 당연히 내야 한다고 보는 사람이 65.7%로 나타나 택배서비스는 이제 우리의 생활에서 필수 사항이 됐다. 

코로나19 사태로 택배 서비스가 중요하다고 느끼며 고맙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80%에 가깝고 코로나19로 인해 택배노동자가 물건만 배달하는 사람이라는 단순한 인식으로부터 벗어나 과로노동에 처해 있는 현실을 알게 됐으며 심지어는 바이러스 전파자로 될까 두려워하는 경우도 33.2 %가 있다. 

이커머스 플랫폼 중심의 온라인 유통시장 확대는 택배시장 확대로 연결되며 그 형태도 당일배송, 새벽배송, 주문 후 3시간 이내에 배송하는 즉시배송으로 세분화되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자료에는 비용도 각각이다. 택배이용 경험자의 평균 지불금액은 일반배송이 2천821원이고, 당일배송 3천538원, 새벽배송 3천518원, 즉시배송 4910원이다. 소비자들은 지금 지불하는 금액 이상이 돼도 즉시배송이나 당일배송을 이용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했다. 새롭게 등장한 신선식품의 새벽배송 서비스는 마켓컬리, 쿠팡, 이마트 등을 중심으로 확산 추세이다. 

택배 수량이 늘어날수록 택배노동자 수입도 늘어나야 하는데 반드시 이와 비례하지는 않은 데에 문제가 있다. 소비자로부터 택배업체가 받는 금액 중 택배노동자가 건당 지급 받는 금액은 적어지고 있다. 실제 어떤 기업의 경우 코로나19 이전 일반택배 박스당 2천 원 전후를 받았으나 최근에는 새벽배송 시에도 건당 1천여 원 정도를 지불하는 기업도 있다고 한다. 수요가 늘면 수입도 늘어나야 하는 게 경제원리인데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것은 아마도 플랫폼 노동의 법적 한계를 노출한 것이고 이는 우리 사회에서 조속히 해소해야 할 문제임이 분명하다. 학습지교사, 택배노동자 등 특수고용직 노동의 가치가 정당하게 평가받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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